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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친구가 있다면

강현진

늘 만나 이야기하고도 집에 오면 또 만나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친구가 내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면 유안진 씨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글을 떠올린다.

몇 년 전에도 이 지면을 통하여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글을 썼지만, 세월이 흘러도 늘 마음속에서 고향이 그립고 친구가 그리울 때면 또다시 유안진의 글을 읽으며 옛날을 회상해 본다.

지금은 그 글을 외울 수 있도록 가슴 속에 각인되어 있어 그 글을 독자들에게도 간단하게 소개하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찌개가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게까지 공허한 마음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을 친구가. (생략)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고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생략)

나는 이 글을 되뇔 때마다 옛고향 생각이 나고 철없이 뒷동산에서 뛰놀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옛날 우리가 살던 고향에서는 친구가 생각나면 온다 간다는 말 없이 대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 서로 부둥켜 안고 뒹굴어도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저녁 먹을 때가 된 줄도 모르고 대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면 '야, 잘 왔다. 밥 같이 먹자'며 바짓가랑이를 잡아끌어 앉히면서 먹던 밥을 나누어 먹어도 흉이 되지 않았던 친구들이 있었다. 학교 갔다 올 때면 공연히 트집 잡고 싸우고 토라진 다음 날에도 '야, 학교 가자'고 찾아오던 친구들이 사는 고향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한낱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는 옛말처럼 세월이 수십 년 흐른 지금까지 그때가 그리워지는 것은 뭣 때문일까. 옛날 우리가 살던 고향, 그리고 친구들이 모여 살던 고향마을에는 사람이 사는 냄새가 났고 또 순수한 감정과 인정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계도 좋았다. 그런 아름다운 미덕이 곧 사는 맛이고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이해관계를 따져 만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손익계산서를 만들어 놓고 사귀는 관계, 만나는 사람의 학벌, 지위, 재산, 지연 같은 외형적 모양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 설사 만난다 하더라도 서로가 무엇을 찾기 위한 탐험 길에 오른 것처럼 경계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떻게 인정미가 나오고 믿음이 싹트겠는가. 

세월이 흐를수록 사회가 삭막하고 인정이 메말라가는 현실 속에서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 든 노인들의 그리움일까, 슬픔일까, 한탄일까. 사람은 누구든지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고 시대의 변화에 불응할 수 없다.

나는 다행히 동생 같고 친구 같은 광열이가 있고 애인 같고 문학 친구이자 벗이 있어 나의 삶에 용기를 주고 보람을 느끼게 한다. 

광열이를 만난 것은 거의 3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매일 커피, 점심을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는 하루라도 만나지 못하면 큰일 난 줄 알고 전화를 하고 건강을 묻는다. 그와 나는 때로는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맞장구 치기도 하고 화를 내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하루라도 못 보면 궁금해지는 이유가 뭘까. 우리는 서로의 흉허물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감싸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 배트는 먼 곳에 있지만 늘 전화나 메시지로 안부를 묻고 위안이 되는 글을 보내주기 때문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황금 주둥이, 정말 재미있는 L 씨, K 씨 등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고 자랑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돈이나 권력 같은 물질적 가치보다는 그 사람 주변에 얼마나 좋은 친구가 있는가를 보고 평가해야 한다. 내 주변 어떤 사람은 좋은 집에 근사한 차를 몰며 으스대고 살지만, 그 사람 주변에는 커피 한 잔 같이 마셔주는 사람 없이 혼자 쓸쓸하게 지낸다. 돈은 물건을 사는 데는 필요하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는 돈보다 마음을 살 수 있는 진실과 신뢰와 양보가 있어야 한다. 자기 주변에 커피 한 잔 같이 마실 수 있는 친구가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무슨 가치가 있겠는가. 관포지교(管鮑之交)와 같은 그런 깊은 우정을 맺고 사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걱정하는 친구가 있으면 더욱 좋겠다. 좋은 친구란 아무런 대가 없이 의기투합할 때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다. 어떤 목적이나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친구를 사귄다면 그 관계가 얼마나 지속될까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늘 만나도 좋은 친구, 약간의 실수가 있어도 덮어줄 수 있는 친구, 답답할 때면 허물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옆에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생각하며 이 글을 쓴다. 좋은 친구는 자기가 만든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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