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추억/그리움’

최이안 MD

의료와는 관계없는 뜬금없는 글입니다. 코비드에 관한 정보는 식상 나게 읽으셨을 줄 압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글은 ‘기억/추억/그리움’에 관한 겁니다. 진짜 일어난 일들이니, 삼류 소설보다는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50대에 들어서니까, 자주 떠오르는 생각들은 어렸을 때 일들이었습니다 (그게 본능일 겁니다). 더 늦기 전에, 다시 만나보고 싶은 이들 다 만나보자고, 지난 3~4년간 한국에 자주 갔었습니다. (페북/밴드/카톡 등등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고등/중등 급우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제일 찾기 어려운 이들은 40년 전 다녔던 안암동에 있는 어느 초등학교 애들이었습니다. ‘걔들은 지금 어디서 뭐하고 지낼까’라는 호기심과 그리움에 차 있었고, 또, 5학년 때, 난생처음으로, 누구를 ‘좋아한다.’라는 느낌이 들게 한 어떤 여자아이도 꼭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밴드라는 SNS로 다시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우선 안타까운 것은, 내가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 애 중의 대부분이 날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또 상당수로부터는 형식적이기만 한 ‘어, 그래, 반갑다’를 느꼈습니다. 그게 그렇게 마음이 아프더군요.; ‘난 너희들을 그렇게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날 정확히 기억하는 이들에겐, 진심으로 ‘고마움’까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와 친해져서, 한 달에 두 번씩 격으로 전화통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후, 돈을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그게 참 신기하게 여겨졌습니다. 여기서, ‘신기’라는 말은, ‘황당,’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어처구니없는,’ 등등을 다 포함한 표현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흥미 있게) 읽어 왔던 SNS 글들 보면, 그중 상당분이, 돈 빌려주고, 안 갚고, 갚기는 하는데 돈으로 돌려주는 게 아니고 뭐 엉뚱한 물품이나 서비스로 대신 주고, 그런 글들이 많더군요… 이젠, 나에게까지 이런 일이…

물론, 거절 했습니다. 화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지금까지 나와 다시 친해지려고 했던 것은 ‘작업,’ ‘공사,’ 아니면 요새 많이 듣는 그 ‘세팅’? 무엇보다도, 저 자신이 참 우습더군요.; 지금, 나의 삶에 무엇이 부족하다고, 한국 가서 그 초등학교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내 연락처 남기고, 1년 동안 아무 연락 없어서, 그다음 해에, 또 찾아가서, 동창회장 연락처 받아서, 결국은 찾았는데…

그 후, 조금씩 조금씩, 그 그리움이 식어가더군요. 그러면서, ‘지’적으로 깨닫게 된 것은, 나의 추억의 나날들은 나만의 추억의 나날들이고, 그 유별나다고 지적받던 저의 ‘감수성’이 나이 50이 넘으니 ‘감성팔이’로 전락해 버려서, 아무도 나누지 않는 (또 나눌 수 없는) ‘추억’들에 혼자 연연해서 한다는 것이었죠… 쯧쯧.

5학년 때 짝사랑했던 애는, 지난 8월에 다시 만나게 되었고, 걔는 나보다도 4~5년 먼저 (온 가족이) 미국에 이민 와서, 중/고/대학/석사까지 마치고, 다시 한국에 나가서 일하는 중이었습니다. 걔의 무슨 특징들이 내가 걔를 그렇게 좋아하게 했는지, 40년 후에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렇게 헤프게 웃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기만 했었는데, 그 내면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고, 또 부모의 이혼/새엄마 때문에 침체된 나에게 서슴지 않고 말 걸어주던 애였으며, 방과 후에 남아서 해야 할 일들 있으면, 꼭 남아서 돕던 아이였습니다.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자기 혼자, 그 총동창회가 각 ‘기’마다 일 년에 한번씩 거두는 회비 (이름하여, ‘학교 발전 기금’)를 자기가 혼자 내고 있더군요, 다른 애들에겐 알리지도 않고.

자질구레한 일들도 섞여서 일어났는데, 다 빠트렸습니다; 왜냐하면, 30년 후에, 제가 80대 중반이 되어서, 기억들이 가물가물해질 때, 또 지병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 일주일에 꼭 두 번은 의사 만나러 대기실에 앉아 있어야 할 때,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이 글에 나오는 내용만 추억으로 간직하면서 혼자 감성팔이 하려고요;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나눌 수 없는 저만의 추억이란 것을 꼭 기억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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