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닥종이 인형에 감사와 행복을 담으며 …

은경 아트


五百 紙千年(견오백 지천년) 비단은 오백 년을 가지만, 한지는 천년을 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한지는 질이 우수하고 보존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한다.

또, 한지는 문방사우(文房四友)라 불리울 만큼 우리 민족과 가장 가깝게 지내온 귀한 존재로서 우리 민족 생활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여 오늘날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며 세계 최고의 종이 한지로 불리어 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생산된 종이는 주로 그림과 글씨를 쓰기 위한 용도로 가장 많이 소비되며 일반 민중 속에서는 다양한 공예기법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용도의 생활용품과 장식적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로도 활용되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이인 '한지(韓紙)'는 예로부터 주변국에까지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닥'을 주원료로 하여 만들었기에 순우리말로 '닥종이'라고도 불리워왔다.

우리 한지, 닥종이 생산 과정을 잠시 살펴보자. 닥나무 채취 및 닥무지, 닥나무 껍질 잿물에 삶기, 세척 및 표백, 섬유 풀기와 닥풀 풀기, 한지 뜨기, 습지 쌓기 및 건조 과정 등 여러 과정을 거쳐 한장 한장 정성을 다해 만들어진다. 닥나무는 11-2월 사이에 1년생 햇 닥나무 가지를 잘라 이용하며 벗긴 껍질은 흑피

(피닥)이라 하며 물에 불려 껍질을 벗긴 것은 청파, 청색 부분을 제거한 백치로 나눈다. 양잿물에 삶은 백치를 세척, 표백한 뒤에 닥 방망이로 두들겨 찧은 뒤 황촉구라 불리는 닥풀과 잘 섞는다.

그 과정을 끝내면 한지 외발 뜨기 등으로 400~500장 떠서 지승단을 얹고 무거운 돌을 올려놓아 습기를 빼며 전통적으로 온돌 건조를 하였으나 현대에는 열린 증기 건조로 마무리한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생산된 닥종이로 만들어지는 닥종이 인형은 나무를 깎아 내며 조각되는 조형물과는 달리 닥종이 인형은 닥나무 껍질로 만든 종이인 닥종이를 겹겹이 붙여 만들어 내는 조형물이다.

전기선으로 뼈대를 만들고 한지를 구겨 넣어 얼굴 형태를 만들고 나서 머리 몸통 다리 엉덩이 발 팔을 차례로 한지를 찢어 풀로 붙이고 두드려 공기를 빼고 모양을 다듬어 가며 한장 한장 겹쳐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만들며 마지막으로 옷을 입히면 닥종이 인형이 완성된다.

보통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데에는 적어도 4개월의 오랜 시간이 걸리며 그렇게 인내와 정성을 담아 완성된 인형은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정말 신기하고 소중한 나만의 작품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끈기, 인내 즉 고진감래의 과정을 이겨 내야만 작품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20년 전에 커뮤니티 대학에서 취미로 수채화, 천 염색, 종이 만드는 강의를 수강하면서 닥종이 인형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닥종이 인형을 배울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갈 때마다 인사동에서 한지공예도 배우고 한지 등도 만들고 접시, 상자 등도 만들며 여기저기 알아보다 닥종이 인형 작가 박금숙 교수의 인터넷 기사를 보고 수소문하여 전주 한옥 마을 박 교수의 공방으로 전화를 걸어 한지 인형 제작법을 배우고 싶은 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박 교수는 내 열정에 감동하여 한국 친정 부모님 집으로 체험용 인형 재료를 무료로 보내줬다. 체험용 인형을 직접 만들어 본 나는 그렇게 박 교수와의 끈끈한 사제의 인연을 쌓게 되었다.


몇 년 전 부친상을 치르기 위해 한국 친정에 갔다 온 후 한달 만에 한국행 비행기를 또 탔다. 힐링의 시간이 필요해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이역만리를 날아가 닥종이 한지 인형 배우기 체험에 직접 나섰다. 박 교수는 바쁜 일정에 짬을 내어 4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닥종이 인형 과정을 흔쾌히 전수해 주기로 했다. 그렇게 전주 공방에서 박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매일 최대 5시간씩 2주 반을 열정적으로 익혔다. 그렇게 18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70여 시간을 닥종이 한지 인형 만들기에 전념하여 닥종이 인형 한 쌍을 드디어 완성하게 되었다.

보통 4개월의 시간이 필요한 닥종이 인형 만드는 과정을 18일 만에 끝냈다. 꿈 만 같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 고진감래(苦盡甘來)!

그렇게 나는 한복 차림의 나와 남편 인형을 첫 작품으로 만들었다. 내게 배려와 응원을 아낌없이 보내며 기다려 준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Thanks R...

오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닥종이 인형에 한지 한겹 두겹 씌우며 그리운 천국 부모님, 귀한 내 남편, 첫손녀 민희( Mary ), 두 아들 내외 그리고 코로나로 고통받는 세상 모든 이의 행복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