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뭉실, 애매모호, 흐리멍텅”

좋은나무숲 - 엘리자베스 김 (좋은나무문학회 회장)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한때 MBC 코미디 프로그램에 공주병에 걸린 여고생으로 출연하였던 김자옥이 유행시킨 말이 있다. “너 나한테 홀딱 반했지? 예쁜애라고 하지 말고 자옥이라고 콕 찍어서 이야기해”

자기의 의견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건방진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이 사회의 통념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말을 두리뭉실 하는 것이 나는 어색하기만 하다. 때로는 가타부타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건 중용의 미도 아니고 하다못해 아나운서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말끝을 흐리면서 끝내는 것이 대 유행 같다.

코비드 19이 극성을 이루자 갈 데도 없는 나는 가끔 나파에 사는 친구 K집에 가서 트롯트 경연대회나 음악 방송을 본다. 그럴 때마다 그 친구와 나는 이구동성으로 “아니 무슨 말을 저렇게 흐리멍텅하게 하냐며” 참가자들의 말투에 열을 받곤 한다.

가령 트롯트 경연대회에서 어느 경연자가 노래를 정말 잘 불렀다 치자. 그런데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의 대답은 “정말 노래를 잘 하시는 것 같군요. 목소리도 좋으신 것 같군요. 성량도 풍부하신 것 같네요. 노래를 듣는 내내 제가 기분이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심사위원들의 말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당신도 역시 그런 식의 말투에 익숙 되어서 일지도 모른다.

내가 30대 초반일 때 부동산 에이전트가 되기 위하여 한인이 경영하는 부동산 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부동산 법을 가르치는 한 강사의 강의가 끝난 후 나는 그 분에게 단도 직입적으로 항의한 적이 있다.

“혹시 결혼하셨어요”? “네 했는데요”(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그렇다면 프로포즈하실 때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은데) 결혼해주실래요? 아니면 사랑(합니다) 결혼합시다 하셨어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강사를 보며 나는 다시 “만약 1에이커가 43,560 스케어피트라면 그렇다고 정확히 말씀해주세요. <00 같습니다>라고 쓰는 강사님 화법은 정확성을 배우는 부동산 공부에 혼선만 주네요. 이왕이면 정확히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느닷없이 강사가 학생에게 말꼬투리를 잡힌 상황에 화가 날 만도 한 상황이었지만 온화하고 지성미를 갖추신 강사 분은 “본인의 말투가 두리뭉실해서 혼선을 드렸다면 죄송하다며 시정하겠다”던 기억이 난다. 또한샌프란시스코에서 엘 에이(L.A)를 가면서 엘 에이로 올라간다고 늘 그렇게 말하는 친구에게 “ 올라가는 게 아니라 내려간다고 해야지” 하며 일일이 정정하는 나를 두고 그 친구는 피곤하다고 할까?

하다못해 공식 채널의 아나운서나 출연진까지 늘 애매모호한 말투를 쓰는 것이 내 마음에 들 리가 없다.

예를 들어 먹방 채널에서 “ 싱싱한 산 낙지를 잡아서 먹었다 치자” 어부는 출연진에게 묻는다“맛이 어떠세요” ?

“어머나 ,정말 맛있는 것 같아요. 참 싱싱한 것 같네요. 바다 내음이 한 가득 나는 것 같아요”. (싱싱하다는 거야? 맛있다는 거야? 정말 애매모호하다)

또한 멋진 바다풍경을 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여행 온 사람에게 여행 온 느낌이 어땠냐고 묻자 “네 정말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기분도 좋은 것 같구요 .참 잘 온 것 같네요.애들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 (이 사람은 정말로 풍경이 아름다웠다고 생각했고 기분도 좋았고 애들도 행복했지만 단지 표현을 습관적으로 그렇게 했을 뿐이다) 이런 표현이 당신은 답답하지 않는가?

보통은 그 사람이 어떤 말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좌우되기도 한다. 쓸데없는 말을 괜히 해서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고, 안 해도 되는 말을 자주 해서 소외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적재적소에 좋은 말을 잘 써서 좋은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우리 사업체에서 일했던 50대 초반의 직원은 정말 예의 바르고 심성이 고운 분이다. 그 직원은 60대의 나이에 일 잘하는 나를 보고 “어머나 사장님 그 연세에 일 너무 잘하세요” 라고 감탄의 말을 하는데 내 나이 60에 연세란 말을 듣는 것이 칭찬인지 화를 돋구는 일인지 헷갈려 헛웃음이 나온다.

말이란 것이 그렇게 재미있기도 하다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의 책에 실린 재미있는 글이 생각난다.

<싱싱한 생선을 여기에서 팝니다> 라는 생선집 간판을 보고

’’ 아니 싱싱한 것 팔지 썩은 것 팝니까? 싱싱하다는 말 필요 없는 말 아닙니까? 그리고 생선 냄새가 나는 데 생선을 팔지 야채를 팝니까? 생선이란 말도 필요 없는 말 같군요. 또한 여기서 팔지 저기서 팝니까? 그리고 팔지 삽니까? 그러니 간판자체가 필요 없다는 오쇼의 말이 극단적이라 치더라도 늘 싱싱한 생선만을 고집하며 갖다 파는 생선가게 주인인 당신에게 손님이 와서 “생선 싱싱합니까”? 물어보는데

“글쎄요, 싱싱한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한다면 누가 선뜻 사 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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