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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와 2시 사이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업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한시와 두시의 틈 사이로

밤 한시와 두시의 공상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바가지 퍼 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언제 발표한 시인지 알 수 없으나 위의 시는 오규원이라는 시인이 쓴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 바다에 들어가 시를 낚시질하는 버릇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낚시를 즐겨하시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그 재미(?)에 공감하곤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거는 기대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어쩌다 월척이라도 올리면 아버지는 그렇게 기뻐하실 수가 없었다.

사실 아버지가 생존해 계실 때는 그 재미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도 낚시는 하지 않지만 강태공들의 몰입하는 경지는 조금 이해한듯도 싶다.

시간을 무기 삼아 낚시줄을 드리우고 앉아 먹이를 찾아 유영하는 그 어떤 물고기(시)와 만나고 싶어진다.

어느날 밤, 시에 나와 있는 장면처럼 나는 밤 한시와 두시 사이에 잠을 놓쳐 인터넷 바다에 나와 앉았다.

그 바다 속에는 여러가지 생물과 무생물이 엉켜 있으면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인터넷 바다에서 시를 건져내는 일은 낚시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세상에는 시가 많고도 많지만 내 맘에 드는 물고기(시)는 별로 없다.

앞에 소개한 시는 말하자면 그 많은 시 중에서 하나 건져 올린 것이다.

그가 유명한 시인인지 그 시가 얼마나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 시를 읽고 또 읽었다.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서다.

그 시를 읽는 동안 나는 누군가가 나의 행동을 몰래 숨어서 보고 있다가 그 모습을 옮겨 놓은 것아 아닐까하는 착각에 등골이 오싹했다.

나는 요즘 자주 불면증에 시달린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오늘날 처럼 보급되기 전에는 도리없이 두 눈을 멀뚱이 뜨고 앉아서 온갖 잡생각으로 밤을 하얗게 밝히곤 했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한 밤중에 책상 앞에 앉아 있자면 시인의 말대로 문득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내 어깨를 짓누르곤 했다.

시인은 '계속 잘못 사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잘못 살았다는 후회라기 보다는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나는 정말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를 한 적이 있었다.

불안과 근심 걱정이 떠나지 않고 투명하지 않은 장래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재의 내 위치가 과연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인생이란 연습이 없는 '생방송' 아닌가. 순간적인 판단의 실수로 일을 그르친 적도 있고 자만심과 교만으로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

'잘못 살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모양새들이었다.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잘못은 반복되었고 그래서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은 잘못 살았다는 결론에 가까워 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 것도 다 지난 날의 이야기다.

지금은 오히려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위로한다.

더 나아가서 아직까지의 삶은 신의 섭리에 따른 일련의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이르면 감사와 찬양이 나온다,

한동안 잘못 살았다는 느낌이 지배하던 폭풍같은 세월을 지나 이제는 잔잔한 바다에 도달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많다.

그렇다.

한 때 우리의 인생은 잘못 살았던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게 잘못 산 것이 아니라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것 하나 내 뜻대로 된 것이 있었던가.

그간 실패했다고 낙담했던 시절이나 성공했다고 기고만장했던 시절이나 절대자의 시나리오 속에서 한바탕 벌어졌던 연극의 한마당이었다.

이제 후회 같은 것은 없다. 오직 감사만이 있을 뿐이다.

잠 안올 때면 인터넷 바다에서 좋은 시나 한 수 건졌으면 한다.


<주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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