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A small, Good thing)

좋은나무숲 | 엘리자벳 김(좋은나무문학회장)

“이제는 건강을 정말 챙기며 살아갈 때야. 특히 코비드를 이기려면 면역력을 길러야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들끼리 만나면 대화는 늘 건강 걱정으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 암만 의학이 발달되어 웬만한 병은 고칠 가능성이 많다 하더라도 일단 건강에 적신호가 오면 모든 생활의 패턴이 우르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점점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코비드19 이후 6개월이나 사업장의 문을 열지 못한 친구 C는 대신 열심히 산행을 하며 체력을 키워왔다며 우리를 독려하여 몇명이 주말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모처럼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을 보여준 토요일 아침인 오늘, 우리의 목적지는 월넛크릭의 Castle Rock Park. 이곳의 계곡은 가뭄으로 물 한 방울 흐르지 않고 늦가을이라 그런지 헐벗은 나무들이 대부분이라 쓸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아침햇살이 온통 세상을 부드럽게 밝히며 은가루라도 뿌려놓은 것처럼 반짝이는 생동감이 넘실대는 곳이었다. 마음대로 나 다닐 수도 없는 코비드19 여파 때문인지 이른 아침인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대신 찾아와 말 타기와 산악 자전거 및 트레킹을즐기고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입구부터 약 1.5마일을 걷다 보니 독수리들이 살고 있다는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길 중간 중간에 설치되어 있는 벤치에 앉아 바위산을 바라보며 따스해 지는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아침 트레킹의 묘미중의 하나이다.

지난 3월 코비드가 시작되자 사람들에게 외출 봉쇄령이 내려지고 모든 공원들이 문을 닫자 느닷없이 우리 집 앞마당을 야생? 공작들이 점령을 하였다. 어디서 날라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수컷 공작은 담장 위에 올라가 소리를 지르며 구애를 한다. 그러면암컷 공작은 지붕 위에서 꼬리를 흔들며 치고 빠지는 유혹을 하는데 그러한 애정행각을 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특히 수컷 공작이 환상적인 꼬리를 뽐내며 엉덩이를 들썩이며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며칠 전에는 새끼 공작을 대동하였는데 그러한 모습들을 보는 것은 암울한 이 시기에 내게 주는 작은. 그러나 확실한 행복(소확행)인 것 임에는 틀림이 없다..

삶은 아주 멋진 것들을 팝니다

한결같이 아름답고 훌륭한 것들을

벼랑에 하얗게 부서지는 푸른 파도

잔처럼 경이로움을 가득 담고 쳐다보는 아이들의 얼굴

금빛으로 휘어지는 음악소리

비에 젖은 솔 내음

당신을 사랑하는 눈매 보듬어 안는 팔

전 재산을 털어 아름다움을 사세요

사고 나서는 값을 따지지 마세요

한 순간의 환희를 위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세요 < Barter,새라 티즈데일>

반짝이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산 길을 걷고 있자니 서정적이고 섬세한 시들을 많이 발표한 시인 새라 티즈데일(Sara Teasdale)의 물물 교환( Barter)이란 이 시가 생각이 났다.

삶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닌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나의 모든 것을 바치라는 의미가 더욱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비에 젖은 솔 내음, 벼랑에 하얗게 부서지는 푸른 파도를 얻기 위해서는 그것을 받아 들일 가슴을 내어주어야 하고 공원을 같이걸어줄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친구의 슬픔과 기쁨을 들어줄 마음을 내 놓을 줄 알아야 한다. 말똥 냄새 섞인 낙엽 내음 맡으며공원 산길을 걷는 즐거움을 얻으려면 아침 잠을 내어줄 줄 알아야 하듯이 쌍방적인 물물교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디선가들려오는 벌새들의 날개 짓 소리도, 늙은 우리 집 애견의 하품소리조차 메마른 가슴으로는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듯이 이제는 나이를 먹을수록 물질적인 것 보다는 마음의 평화가 나의 행복의 척도로 떠오르게 됨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어쩌면 내게 주어진 생(生)의 시간이 짧다는 것에 대한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게 남은 생의 첫날인 오늘이 무척이나 귀중하다. 나는 비싼 보석을 가지는 것보다는 좋은 시 한 편 쓰는 것이 더 설렌다. 또한 15년째 내 옆을 지키고있는 반려 견의 잠자는 모습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보인다. 특히 몸이 아픈 내 반쪽이 소학교 동창과 대화하며 웃는 소리가 나를 안도하게 한다.

Small, Good Thing 이란 신조어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느꼈던 오늘의 산행이었다. 하늘을 높았고 햇살은 부드러웠으며 바람은 재잘거리며 산과 계곡을 넘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던 행복한 하루였다. (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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