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타이틀 미국 온라인 공청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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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희 교육학박사 | 한국어교육재단 이사장


지인: “아직 기다려야 하지요? 저는 다른 화상회의가 있어서 포기해야겠네요”.

나: “네, 선생님! 저는 2시간 기다린 게 아까워서 오기로라도 버텨야겠어요”.

이것은 지난 달 캘리포니아 주 교육국에서 실시한 온라인 공청회에 참가하기 위해 핸드폰을 스피커폰으로 해 놓고 아는 선생님과 문자로 나눈 대화이다. 캘리포니아 공립 학교의 민족학 과목에 코리안 아메리칸들의 역사도 넣기 위해서 미국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의 내용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자리였다. 공청회에 의견을 내기 위해서는 발표 신청을 해놓고 본인의 순서가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전화에서 “다음은 당신 순서입니다. 음소거를 해제하고 말씀하세요”라고 하면 그때 딱 1분 동안 이야기할수 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발언 기회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분이 넘으면 저절로 “다음 분 이야기하세요” 라고 사회자가 이야기하며 발언 기회가 다음 발언자에게 넘어간다.

처음에는 1분을 이야기하려고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나 하는 회의도 들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하고그렇게 발언된 의견들이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위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버티고 버텨 3시간만에 발언 기회를 얻어 코리안 아메리칸의 일원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또한, 어떤 사람이건 똑같이 1분의 기회를 준다는 점이 맘에든 것도 사실이다. 한국 우스갯 소리 중의 하나가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긴다’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는 아무리 목소리가 크고돈이 많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주어진 1분이 지나면 발언권이 사라지게 된다.

한국에서 공청회에 참여해 본 적은 없지만 뉴스나 드라마에서 접한 한국의 공청회는 목적부터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청회를 준비한 측에서 이미 진행 방향을 정하고 청중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분위기였다. 다시 말해 한국의 공청회는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서 청중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인 것이다.

이에 반해 모든 의견이 주민들로부터 모아져서 정책이 수립되는 미국 공청회는 누구라도 자기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서 오프라인 모임이 불가능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화상 강연회가 많다 보니 세계 곳곳의 좋은 강연을 손쉽게 집에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시차로 인해서 밤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이렇게 많은 강연회에 참여하면서 깨달은 점이 몇 가지 있다.

아무리 내용이 훌륭한 강연이라 할지라도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강연자로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강연회를 찾은 청중들은 본인의 일생에 한 번밖에 없는 시간을 강연자에게 할애한 것이고 그들의 계획되지 않은 시간을 뺏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 한 가지는 질문자의 태도이다. 질문을 하는 사람은 강연 내용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해서도 안 되고 본인이 강연을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질문은 두 문장 이상 길어서는 안 되고 질문자는 본인의 지식을 자랑하려는 태도를 가져서도 안 되는 일이다.

화상 수업이나 회의 등이 많아짐에 따라 초등학교 수업은 물론이고 대학교 강의도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라는 지침이 내려온다고 한다. 직접 만나서 하는 회의도 1시간이 넘어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힘든데 화상으로 하는 회의는 1시간을 넘기지 말아야하며 반드시 정해진 시간을 지켜줘야 하는 것이 예의인 것이다.

행사 안내문을 보면 미국 행사는 시작 시간과 끝나는 시간이 적혀 있고 대부분의 경우 자세한 프로그램 시간까지 알려서 청중들이 자신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반해 한국 행사의 안내문에는 대부분 마치는 시간이 적혀져 있지 않다. 이는 어쩌면행사의 주최측도 마치는 시간을 예측할 수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청중들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프로그램을 정하고 되도록 정해진 시간에 마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장 세 시간을 기다려 지지했던 민족학 커리큘럼에 코리안 아메리칸의 역사도 포함되길 바라며 올바른 강연과 토론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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