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주무셔

[꽁트]


아침에 일어나면 조용조용 발을 뗀다.

왜냐하면 할머니가 곤히 주무시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바로 저희 함께 사는 강아지 덤퍼다.

올해 17세를 향해가고 있으니 인간 나이로 7배수를 하면 거의 119세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태어난 지 1개월 만에 큰아이 손에 들려서 시집온 것이다.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어리둥절했겠지만, 곧바로 사랑을 흠뻑 받았다고 한다.

강아지가 집에 올 때 기자는 서울에서 1년 반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대면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첫 대면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이 집의 가장인지를 아는 듯 덥석 안아도 좋기만 한 듯 주위를 맴돌았다.

같이 산책도 하고 공원도 함께 가고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강아지의 주인인 큰아들이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면서 집안에 덤퍼를 포함해 세 식구만 남았다.

덤퍼는 일어나기가 무섭게 문을 열어 주면 뒷마당으로 뛰어나가 일과를 시작한다.

상당히 손이 안 갈 만큼 자리 관리를 잘했다.

일 년에 몇 번 사고를 칠 정도여서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지금부터 5년 전 왼쪽 다리 아래로 혹이 생겼다.

아이가 개를 데리고 샌프란시스코 개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의사는 tumor일 수도 있고 fat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조금 더 보고 수술을 하던지 그냥 두던지 관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혹이 커지면서 강아지는 뛰고 점프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행동이 둔화되고 야외에 나가는 것이 줄었지만 여전히 먹는 것을 밝히고 부엌 탁자 밑이 자기 명당자리로 정해져 있었다.

밥을 먹을 때 탁자 밑에 있는 강아지와 눈이 마주치면 거절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절대 인간의 음식물을 강아지에게 주면 안 된다고 야단이지만 나는 그의 슬픈 눈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강아지 개밥 외에 아주 조금 띠어 주었다.


기적같은 일이


지금 뒤돌아보면 강아지에게 생긴 혹도 인간의 음식물이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강아지에 대한 사랑과 건강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결국 나는 강아지의 건강을 위하여 인간의 음식물을 거의 주지 않았다.

강아지에 대한 사랑이 더 컸기에 음식물을 중지했다.

그야말로 처절한 싸움이 매일 매일 시작됐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데 또 다른 강아지와 싸움을 한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싸움 중에 나는 우연히 그녀의 몸을 관찰할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 전에는 pet store의 목욕탕에서 개를 씻기고 필요한 물건을 사가지고 왔는데 가게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목욕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목욕 중 혹을 만져 보려고 하는데 손에 잡히는 것이 뭉클했다.

전에는 상당히 딱딱했고 만지는 것을 싫어했는데 그날은 가만히 있었다.

항상 두려움을 준 그 혹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다.

강아지를 통해서 기적 같은 변화를 맛본 것이다.

진짜 음식물 때문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무조건 기뻤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전화하니 “dad good job!”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강아지를 통해서 얻은 기쁨은 정말 우리 모두를 기쁘게 했다.

지금은 강아지가 고령의 어려움 속에 있지만, 외관적으로 편안히 보였다.

큰 변화가 있다면 아침 9시 넘어서 기상하는 때가 많아졌다.

잠이 아주 길어졌다.

잠에서 깨어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지할 정도도 잠을 많이 잔다.

아침마다 강아지 보면서 걱정 아닌 걱정은 오늘 아침도 예외는 아니었다.

점퍼는 ‘The Queen’이라는 영화에서 영국 여왕이 안고 있었던 웰시 코기(Welsh Corgi)종이다.

보통 ‘퀸도그’ 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늘도 덤퍼가 느끼는 행복한 하루가 되기만을 기원한다.

<김동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