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영웅 (大國英雄)

<수필세계>

세계 역사속의 뒤안길에는 수많은 위대한 영웅들이있다. 민족의 흥망성쇠와 누란지세의 위기에서, 국가와 사회 앞에 어떤 대가의 바람도 없이 자신을 기꺼이 내 놓았던 그들에게 역사는 영웅이라는 명패를 달아주고 기억한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인가? 영웅 (Hero)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고 해석한다. 올해가 대한민국이 일제강점기의 그 질기고 질긴 쇠사슬을 끊고 풀려난지 70년이며, 동족상쟁의 6.25 한국전쟁 65주년이 되는 해다. 이름도 값도 없이 피흘리고 목숨 바쳐 조국의 독립을 찾았고, 총탄이 빗발치는 전선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켜냈던 것이다. 모두가 민족의 영웅들이다. 나는 40년 인생의 젊은 나이에 4남1녀를 세상에 내 던져놓고 떠나가버리신 아버님을 그려본다. 법학을 공부하신뒤 후진양성에 뜻을 세워 학교를 설립하신 교육자였다. 특별히 영웅을 존경하셨고, 또 키우고 만들어 내고자 젊은 열정을 쏟아 부어셨다. 해방과 전쟁, 분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로의 탈바꿈과 병마와의 싸움에서 끝내 백기를 들고는 생을 짧게 마감하신 분이다. 나는 늦게 철이 들면서 아버님의 인생여정에 무슨 꿈과, 어떤 그림을 그리셨던가를 어머님으로부터 알아 낼수 있었다. 아버님은 경상도 두메산골에서 서울로 유학 했던 장래가 촉망되는 씩씩하고 똑똑한 시골청년이였다. 어머님은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며 콧대를 높이던 서울토박이 부자집 아가씨였고. 두분은 한편 영화같은 만남으로 사랑을 엮어 행복의 문을 열었다. 사모관대와, 족두리 칠보단장으로 치루어야 할 전통혼례를,나비넥타이 턱시도와, 하얀 면사포 드레스로 서양의 신식 결혼식을 고집했다. 새로운 시대에 앞서 가고자 했던 것이다. 어머님은 돌아갈수 없는 90년 인생역정에 긴 한숨을 내 품으시며 눈을 지그시 감는다. 어느 가문, 어떤 집안이든간에 건강한 자손을 조상님께 많이 내 놓는 것이 효도라는 몫으로 안다. 핏줄을 빼닮은 아들을 생산 해 놓고, 이름 석자 붙여주고자 이것 저것 따져 보는 것도 우리네 전통이고 문화다. 또한 이름 석자가 그사람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으로 믿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근거도 없는 이 성명학을 철저하게 믿고 있었다. 우리 가문의 족보에는 세상에 나온 순서대로 중대, 중국,(딸 중미), 중영, 중웅. 4형제의 이름이 차례로 올라가있다. 대.국.영.웅! 아버님의 소망과 바람을 가득담고 뿌려놓은 씨앗이요 희망이였다. 네놈 중에 한놈만이라도 영웅으로 가꾸고 키워 낸다면 가문의 영광이 아니겠는가! 아버님은 그 꿈을 이루어내기 위해 가혹하리 만큼 어린 양들을 무섭게 몰아가며 양육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많은 무거운 짐과 숙제를 남겨놓고 돌아올 수 없는 먼길을 앞당겨 가버리신 것이다. 어머님은 먼저 떠나간 남편을 그리워할 여유도 없었다. 질곡의 35년이라는 긴세월을 여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해 오셨다. 존경과 표창을 받은 훌륭한 선생님이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어머니 일수밖에 없었나? 자식을 이길수 있는 부모는 없다고 했다. 아버님과의 약조를 지켜내지 못한 것이다. 예술인과 체육인으로 사업가와 교육자로만 4형제를 세상으로 내 몰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웅을 키워내지 못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버렸다. 멀지않아 맞이할 사후의 그날에 아버님과의 만남을 두려워 하는 것이다. 영웅은 하늘에서 내려준다 는 현실을 원망 할 수도 없다. 영웅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게 되는 것인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아니면 전쟁터에서 인가? 세상은 오늘도 위대한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아버님은 이곳 저곳으로 흩어져, 어둡고 답답한 세월 속에서 정의와 불의를 외면하고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자식들이 야속할 뿐일것이다.

*한맥문학 수필 신인상

*실리콘밸리한인회장 역임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미주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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