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고향에 가던 날


<수필세계>

고향!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고 가슴이 저려오는 그리운 곳이다.해마다 추석이나 설 명절 때가 되면, 타국 멀리에서 눈물 나게 그리워하는 고향은 더욱 그러하다. 미국으로 이민 후 처음으로 고향에 가던 그날, 나는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참을수가 없었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 비행기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을 출발하여 서울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 211 편입니다“. 기내 아나운서의 안내방송과 함께 200여명의 승객을 실은 거대한 여객기가 맑고 높푸른 창공을 날기 위해 서서히 조심스럽게 날개 짓을 하기시작 한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사람, 작은 차창 밖으로 멀어지는 활주로를 따라 이별의 아쉬움을 보내는 사람, 저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약 12시간 후의 만남을 위해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견디고 있을것이다. 이제로 부터 잠시 동안, 아니면 영원한 이별 앞에 마음을 닫을 수 없는 것일까? 과연 이 비행기가 목적지까지 이 많은 생명들을 무사히 잘 대려다 내려줄까? 긴 시간동안 한 가족이 되어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의 이런 저런 모습을 마음으로 그려보고 있는 것이다. 30여년 전 나는 내 인생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첫발을 내 디딘 곳이 산호세다. 나에게는 동생으로부터 넘겨받은, 비틀거리다 넘어져 버릴지도 모를 나의 달구지 중고자동차가 있었다. 이민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허약 할대로 허약해져 버린 내 육신을 담고, 약 40마일쯤의 몬트레이 바닷가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헤엄쳐 갈것만 같아보이는 고향 쪽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막혀 가던 나의 숨통을 시원하게 뚫어내곤 했다. 도망자처럼 떠나왔고, 다시는 돌아 갈수가 없을것 같은 아득하기만한 고향이다. 지난 세월은 모두다 잊고 깊이깊이 묻어둔체, 반갑게 맞아 줄 이들이 과연 있겠는가? 전해 줄수도 없는 심중의 메시지를 바람결 파도에 실어 보내 본다. 갈매기들이 종종걸음으로 우루루 몰려 왔다가는 또 어디론가 떠나 가 버릴때는 허전한 마음에 차가운 외로움이 몰려왔다. 친구가 되어 위로해주기를 바랬던 나의 어리석음일까? 멀어져 가는 갈매기들을 혼을 놓쳐버린 바보처럼 멍하니 바라만 볼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는 나도 태평양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저 갈매기처럼 멋진 날개 짓으로 고향 나들이를 할 것이라는 갈매기의 꿈을 꾸고 있었다. 긴 나들이 길이 힘이 드는 듯 비행기가 가끔씩 몸부림을 친다. 깊은 잠에 들어있던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옆자리의 여인네가 악몽이라도 꾼듯, 놀란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먼저 말문을 열었다. 생긴 모양도 쓰는 말도 같은 한국인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기가 오랜만에 궁금했던 친구를 만난듯 했다. 잘난 것도 크게 내세울 것도 없이 살아온 세월이지만, 여인은 내가 누구인가를 알아낸 것이다. 그래도 따가운 눈총 속에 손가락질 받으며 잘못 살지는 않았다며 나를 칭찬 해 준다. 어느새 나의 두 어깨가 올라가고 가슴이 넓어진다. 잘 익은 벼는 고개가 숙여진다고 했다. 반백이 된지 언제인데 난 아직도 덜 익은 풋과일이다. 어둠속의 시계가 고향이 지척임을 알려준다. 긴 시간 어둡고 답답했던 알속에서 깨어나는 병아리처럼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펴는 소리가 들려온다. 초조와 불안을 잘 견디며 날아온 비행기가 내 고향 넓은 뜰 안에 사뿐이 내려앉는다. 아직은 어둠이 오지않은 늦은 오후의 고향 하늘이다. 마중 나올 이가 없다는 내 형편을 아는지 잔득 찌푸린날씨가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말로만 들어온 세계 최고의 국제공항이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 건가? 길 잃은 강아지처럼 이리 저리 헤매다 겨우 나를 대려다 줄 버스에 올라 탈 수 있었다. 달리는 버스 차창밖에 그려지는 풍경이 아름답다. 이국생활에 찌들은 이방인이 잊고 지냈던 지난날의 추억들이, 눈앞에 스쳐간다. 내가 이민보따리를 짊어지기 전까지 삶의 둥지를 틀었던 곳이다. 동해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텅 비었던 내 가슴속으로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자, 소리없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

한맥문학 수필 신인상

실리콘밸리한인회장 역임

(사)한국문협 미주지회 이사


Hyundae News USA   (415)515-1163  hdnewsusa@gmail.com   P.O. Box 4161 Oakland CA 94614-4161
                                                                                                                           ©Hyundae News U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