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가치는?


[베이 포럼]

한국에서 존경 받는 어른신 가운데 한 분으로 김형석 노 교수를 꼽는 후학들이 많다. 철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알기 쉽게 쓴 수필집도 많이 남겨 독자들로 하여금 인생의 한 단면을 생각하게 하고 미래의 통찰력을 기르는 지혜를 알려 주려고 노력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그런 노 교수가 근래 여러 곳에서 강연회 초청을 받고 소외 되고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의욕을 북돋아주어 또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인생의 절정기는 청년기가 아닌 60대 초반부터 70대 중반까지 라고 했다. 그 이유는 자신이 95세까지 살아보니 인생의 절정기는 철없던 청년기가 아니라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다 맛보고 무엇이 참으로 소중하고 좋은지를 진정으로 음미할 수 있는 시기인 60대 후반부터 70대 중반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자신이 다시 새 인생으로 돌아 간다면 청년기가 아닌 60대 후반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 노 철학자가 하려는 말은 우리의 인생이 정지 된 것이 아니고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인생의 수레바퀴가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니 함부로 인생의 노쇠를 말하지 말라는 뜻 아니겠나.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에게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는 나이가 드니까 자신과 소유로 살았던 모든 것들이 없어지고 남들을 위하여 살았던 것만이 보람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가 욕심 많았던 젊은 날이 아닌 60대 후반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 것이다. 젊은 날 때는 소유가 행복으로 알았던 것이 부끄럽고 또 다시 그런 인생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다. 물론 노 교수는 이미 명예를 대부분 소유해 보았기 때문에 지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아직 욕망이 남아 있고 가져보고 싶은 마음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한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욕망이라는 그릇은 아무리 채우고 채워도 끝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 채울 수 없는 욕망을 쫓다 보니 그 끈을 놓아 주는 것이 더 큰 욕망이라고 생각된다. 가을이 깊어지고 바람도 차가워지는 계절이다. 다음 달이면 감사의 달이기도 하다. 지속되는 불경기로 인해 배고픈 사람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란시스코 교황이 미국 방문 중에 "이민자 가정의 아들로서 그 같은 이민자 가정에 의해 건설된 이 나라에 손님으로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성 매튜 성당 기도에서도 "이런 사람들(이민자 가정)이 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몰인정한 불법체류자 추방을 거침없이 비판한 것이다. 이민자 추방을 주장하는 대통령 예비 후보자를 겨냥했다는 말도 들린다. 교황은 앞서 큐바에서"부(富)는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고, 우리의 가장 훌륭한 것을 빼앗아버린다"며 "교회로서는 나쁜 회계사가 좋다. 왜냐면 그들이 교회를 자유롭고 가난하게 만들어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교회에서 갈등과 이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로 교회가 살아 있다는 신호"라며 "다투지 않는 공동체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어버린 늙은 부부와 같다"고 비유했다. 끝으로 "성직자들이 가장 작고, 가장 버림받고, 가장 아픈 사람들에게 예산과 관리를 집중하는 것을 잊어버린다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는 끝임 없이 진화 하지만 결코 변화하지 않는 것은 소외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진리 아니겠나.

가까운 곳에서 가치를

이민자 생활을 들여다 보면 의외로 갈등과 불화 속에 있는 가정을 많이 볼 수 있다. 형제 자매간 담을 쌓아 놓고 사는 사람들. 또는 교회에서 말을 나누지 않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서로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고 마음의 감동이 없는데 어떻게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오게 하겠나. 김형석 교수가 말한 가치는 남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의 어린이를 질병으로부터 구하는 일,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보내 주는 일, 지구촌 난민에게 따듯한 담요를 보내 주는 일 등 너무나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시급한 일은 주위를 챙기고 갈등을 해소 하는 일이다. 먼 곳에 도움을 주는 일은 잘하는데 자기가 꼭 극복해야 하는 화해와 용서는 무척 어려워 보인다. 물질적으로 남을 돕기는 쉬워도 마음으로 통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고 또 사람마다 잘, 잘못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김 교수가 말하는 가치 있는 일은 아마도 먼 곳에 사는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것도 감안했겠지만 더 가치 있는 것은 이웃과 먼저 화해하고 먼저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95세의 노 학자가 말하는 인생의 가치는 매우 정확한 진단이고 실천 가능한 것이다. 이웃과 화해하고 형제자매 그리고 부자지간에 화해와 용서는 어렵지만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이 노교수는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남을 돕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가운데서 사랑으로 화해하고 돕는 것이 가치 중 가장 큰 가치 아니겠나. <hdnewsusa@gn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