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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들의 넓은 혜량만


[베이포럼]

올 가을도 낙엽 구경 없이 그저 그렇게 지나갈 것 같다.

이제 채 두 달도 남겨 놓지 않았는데 “또 한 해가 저무는가”하고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고구마 덩굴처럼 따라 나온다.

신문 없는 한 주일 보내면서도 머리가 아팠다.

왜냐하면 기자단체가 양분 되어 특별한 쟁점도 없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 지역에는 언론인 단체가 많지만 이렇게 체면과 질서도 없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은 매우 보기 드문 일로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더더욱 충격적인 일이다.

한인과 분열

미주 한인사회의 분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50만 미주 한인을 대표하는 한인회 총연합회(이하 총연)도 반목과 대립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2개의 총연으로 양분 되고 이제는 본국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도 받지 못하고 세계 한인회 모임에도 초청 받지 못하는 사고단체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양쪽의 의견을 들어 보면 그럴 듯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상식은 어디 가고 오직 자기 합리화 뿐이다.

한인사회 내 분열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뉴욕 한인회도 2명의 회장이 각각 자기가 정통 회장이라 하면서 행사장에 나타나 싸움터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어느 미국인이 한 말 가운데 “한국인의 DNA속에는 분열이라는 독특한 분자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이런 나쁜 놈이 어디 있나”하며 잠시 흥분도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런가?” 하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번 기자들의 분열이 특별히 가슴 아픈 이유는 그 동안 지역사회의 단합과 화합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지역 전, 현직 기자들의 노력과 수고가 많았는데 본의 아니게 민낯으로 치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의 발전에 더 공헌하지는 못할망정 한인사회의 구성원들을 크게 실망 시켰다는 점에서 지역 언론은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느 사회나 단체나 분열을 피하는 것만이 건강하다고 말 할 수 없다.

분열하면서 성장하고 진화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분열이 다른 사람들에게 까지 걱정을 끼치면 그 것은 분열의 장점을 상실한 것 아닐까.

강요 받는 단체장

한인사회의 발전에는 과거 및 현재 단체장들의 헌신과 기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 사회 내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분들이 바로 지역 단체장들이고 경제적인 희생도 많이 감수한다.

이런 단체장들이 지금 아주 황당할 일을 겪고 있다.

똑같은 날짜에 똑같은 시간에 두 곳에서 기자들의 행사가 열린다.

몸을 둘로 나누지 않는 한 한곳에만 갈 수 밖에 없는 기로에 선 것이다.

기자들을 위한 날에 축하해 주고 싶은 분들에게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관심 있는 단체장들은 두 기자협회에 타협을 통해 날짜 조정을 요청한 상태지만 그 분들의 요구가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은 아직 없다.

일부 과격한 단체장들은 자신들에게 이런 ‘줄세우기’ 결정을 강요하는 두 단체의 행사에 모두 가지 말자는 극단적인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오직 답답했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두 기자협회는 이제라도 타협과 양보를 통해 해결할 책임이 있다.

언론 종사자들은 동포사회에 무한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 이유는 동포사회와 동포들이 없다면 지역 한인언론 자체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이 동포사회와 동포들을 걱정하는 일을 할 수 있어도 적어도 동포들의 걱정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동포사회와 동포들로부터 버림받는다면 한인언론은 설 곳이 없다.

한인 언론은 이제까지 동포사회와 동포들의 후원과 관심으로 오늘날까지 성장할 수 있었으며

한인 언론 종사자들이 잘나서 이루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후유증 클 듯

이번 기자협회의 대립은 앞으로 적지 않은 숙제를 남길 것으로 예상 된다.

우선 지역 언론의 추한 모습을 본 동포들이 갖게 될 불신을 지우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불신이란 괴물은 한번 머리에 박히면 좀처럼 빼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런 괴물을 제거하기 위해선 전 언론 종사자들 모두의 진정한 노력이 인정 받을 때까지 뼈를 깍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인사회의 눈과 귀의 역할을 담당했던 일선 취재기자들이 이번 사건에 직접 연관되었기 때문에 취재에도 어려움이 올 것이라는 난감한 생각이 든다.

매체는 다양한 특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 사이에 “네가 기자냐”로 상호간 불신이 지속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언론과 기자일 것이다.

어찌 되었든 이번 기자들의 분열은 동포사회로서도 대단한 손실이고 언론종사자 모두에게도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겼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지만 이번 일 겪으면서 그 동안 척박한 언론에 몸담아 온 많은 전, 현직 언론인들의 자부심도 송두리째 날아갔다.. 이제 모든 문제는 시간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동포들의 넓은 혜량(惠諒)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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