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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세월


<수필세계>

2015년 을미년이 이제 12월 한 달만을 남겨놓고 있다. 내 컴퓨터 책상 앞 벽에 걸려있는 달력이 마지막 가벼운 한 장으로 텅 비어 보인다. 새해 첫날 달력을 걸면서 새로운 각오와 계획으로 시작 했던 한 해가 속절없이 저물어 가고 있다. 세월 참 빠르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저 멀리 가버린 한 해를 돌아본다. 어느새 곡조 서툰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것이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잡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 속에 우리도 변했구려.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가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내 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세월을 흐르는 강물과 같다고 한다. 그리고 다사다난 했던 한 해 이었다고들 하며, 가는 해를 아쉬워하는 것이다. 기쁨과 보람보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가득히 남겨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훌쩍 도망치듯 가버린, 떠나간 세월을 기억 해 본다. 나에게는 가슴이 아프게 아려오는 이별도 있었고, 환희 듬뿍 넘쳐나는 만남도 있었던 한 해 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문학의 세계와 연극무대에서 85년 인생의 막을 내려놓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길로, 서둘러 가버리신 주평 선생님과의 이별을 생각 하지 않을 수 없다. 90세 까지는 견디어 보겠노라며, 열정을 보이셨던 터라, 큰 충격과 슬픔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풀리지 않는 경제 불황으로 제작비를 마련하지 못해, 연극무대의 막을 끝내 올리지 못한 것이 마음속 깊이 아픔이 되어 남아 있다. 지금도 “중대야” 하고 부르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수많은 시간을 광대놀이 연극무대에서 함께 했던 그때가 그리운 것이다.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쓴다고 하지만, 거짓과 꾸밈이 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표현해야 한다”. 시시때때로 글짓기도 지도 해 주시던 스승이셨기에 더욱 그리운 것이다. 아쉬운 이별 뒤에 뜻밖의 만남이 찾아왔다. 쟁쟁한 선배 문학인들이 진을 치고 있다는 문인협회의 회원 자격이 나에게도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가슴 벅찬 큰 만남이 아닐 수 없었다. 설익고 풋내음나는 나의 수필을, 여러 문학지와 신문지면으로 발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이들은 수필가라고 불러주기도 한다. 무서운 악평보다는 격려와 칭찬이 나를 당황스럽고 놀랍게 했던 것이다. 지난달에는 한미문단 문학상 시상식에 초대되기도 했다. 부끄럽고 낯 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문학지에 발표된 나의 수필을 낭독 하라는 것이다. 수많은 연극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나였지만, 떨리는 가슴은 작은 새의 가슴으로 조여 들고 있었다. 겁도 없이 나이 70의 문턱에서, 열정과 욕심만으로 시작한 결과임을 부인 할 수 없다.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다면 글짓기를 하지 말걸? 지금의 내 처지가 답답하기도 하다. 선생님의 가르침이 더욱더 절실 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열심히 공부 하고 노력 하면 되리라, 스스로 위로 해본다. 화살처럼 날아가는 세월을 잡을 수도 막을 길도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을 되놰 본다. 자신과 용기로, 따갑고 매서운 채찍질로 다짐을 해보는 것이다. 차가운 바람과 겨울 비에 낙엽이 떨어지고, 화려한 네온 불을 따라 성탄절 케롤 송이 들리기 시작한다. 또 한 해가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즐거움 보다는 저물어 가는 한 해가 아쉽기만 하지만, 새롭게 걸릴 새해 새 달력을 작은 소망으로 기다려 보는 것이다.

*한맥문학 수필 신인상

*실리콘밸리한인회장 역임

*(사)한국문협미주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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