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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속의 선생님(1)


<수필세계>

2015년 2월6일 그러니까 1년전, 오랜세월 연극으로 맺어진 수많은 추억을 나에게 남겨 주고는,돌아올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가 버리신, 고 주평선생님을 추억해본다.

월말 결산을 하기위해 꽁지에 불이 붙은 강아지 마냥, 정신없이 이리 저리 뛰고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이 요동을 친다. “에이, 이 바쁜 시간에 누구야!” 오랜만에 선생님으로부터 걸려온 S.O.S다. “그래, 나다” “별고 없어셨지요” “그럼, 별일없지, 이번 주말에 K선생 출판기념회에 가야 하는데...” “네,신문에서 보았습니다” “3시30분 까지 우리집으로 와” “알겠습니다” “오 케이”. 신문지상에 ‘에세이’ 발표로 우리들과 아주 친숙한 K선생의 수필집이 출간되었다. 선생님과는 문학동지로, 선후배로 남다른 친분이 있는 분이다. 그런분의 출판기념회에 초청장을 받은것이다. 나는 선생님의 수행비서 역할을 오랫동안 해 왔기에 예견 했던 일이다. 특히 높은 연세와 눈수술로 야간 운전이 어렵기 때문에 나와의 동행이 절실 했던 것이다. 선생님과 나의 만남은 숙명적이였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주평 이란 이름을 내걸고 연극으로 문학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내고 있던 분이다. 그분과 이민의 삶을 연극무대에서 함께 풀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시간을 연극무대의 어설픈 광대 놀음에 빠져 들면서 나는 선생님의 오른팔이 되어 있었다. 비가 내리는 주말 오후 3시30분! 정확한 시간에 선생님 댁의 초인종을 울렸다. 언제나 그랬듯이 연극공연의 첫 막을 올릴 때 처럼, 가쁜 숨을 몰아내며 나를 맞이 해 준다. 출판기념회 시작 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따뜻한 차 한잔 내올 시간조차 아까운듯, 선생님에 대한 성토와 질타가 가득 담긴, 사모님의 바가지가, 한여름 소나기 처럼 마구 퍼부어 진다. 선생님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사랑의 표현임을 너무도 잘 알수있다. 사모님의 편에 선 나의 지원 사격이 시작되자, 선생님은 “출발” 하는 신호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사모님의 융단폭격을 피하느라 예정시간 보다 한참이나 빨리 도착 하게 되었다. 마시지 않는 쓰디쓴 커피를 시켜놓고 시계바늘의 빠른 회전을 재촉 한다. 낯설지 않은 축하객들의 안부 인사로 잔치마당이 시끌벅적 하다. 대부분의 출판기념회가 그러하듯 사회자의 개회선언을 시작으로, 작가소개, 축하메세지, 작품에 대한 평, 작품낭독, 축하음악, 작가의 답사 로 순서가 짜여져 있다. 선생님은 지역 문학세계의 최고 연장자이며, 대선배로 추앙받고 있었다. 선생님의 축하 메시지는, 재미있는 연극대사 였다. 후배 작가에게 유우머로 꾸민 격려의 말씀은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 멋진 연극무대 였다. 그윽한 향기를 내품는 ‘와인, 한잔과 신나는 ’가라오케‘의 광란이 없어도, 알이 꽉 찬 풍성한 축하연 이였다. “여물지도 않고, 알맹이도 없는, 겉 포장만 요란스러운 수많은 작품집의 공해에서 시력을 잃어가고 있다. 수필은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다. 기교보다는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자기의 경험을 진실한 마음으로 표현 해야 한다. 거짓도, 꾸임도 없는 글이어야 하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쓴이의 인생관, 자연관, 습관성, 취미 까지도 알아낼수 있지!”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선생님의 특강을 들어며, 겁도 없이, 간도 크게 수필가의 꿈을 꾸어 보았던, 그때 그날을 추억 해 보는 것이다. 시계가 자정을 넘어가고 있다. 서울에서 걸려오는 국제전화의 벨이 밤을 흔든다. 오랜 무명가수의 멍에를 벗고 인기몰이에, 밤 낮이 없다는 후배 C군이, 나를 가수가 되어 보라며 안부를 묻는다. 그렇다, 어쩌면 글 쓰기 보다는 뽕짝노래가 쉬울지도 모를 일이다. 후배의 히트곡 ’일장춘몽 (그리운사랑)’ 을 들어면서, 지난 해, 갑자기 먼 하늘나라로 가버리신 선생님을 그리며 묻고 있는것이다. 선생님! 글을 쓸까요? 노래를 부를까요?

*한맥문학 수필 신인상

*실리콘밸리한인회장 역임

*(사)한국문협 미주지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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