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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잠길 때


너희들 충실히 머무는 자들이여!

그러나 내 아노니, 알고 있나니

사랑의 고통 그리 쉽게 낫지 않음을

유한한 자들이 위안하며 부르는 어떤 자장가도

내 마음의 이 슬픔을 고쳐주지는 못한다

천상의 불길을 우리에게 건네준 이들

우리에게 신성한 슬픔도 보내 주셨나니

하여 슬픔은 그대로 있거라. 나는 대지의 아들로

모름지기 사랑하기 위해 또 슬퍼하기 위해 태어났느니

-고향의 일부중, 훨덜린-

친구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슬픔이 턱까지 차 올라 숨까지 쉬기 힘든 요즈음, 불행했던 삶을 살았던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훨덜린(Friedrich Holderlin)의 시편들에서 이제 나는 오히려 슬픔의 위안을 얻는다. 치유 받지 못한 채 유폐된 삶,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가난과 정신 병력에 평생을 덜컥거리며 살아갔던 비운의 시인. 그러나 그의 시편들에서는 삶의 고뇌에 방황할 지라도 존재의 기쁨이 묻어나고, 끝없는 슬픔일지라도 그 슬픔을 극복하게 만드는 신성함이 있다.

튀빙겐 신학대학을 나와 어쩌면 편안할 지도 모르는 성직자의 길이 보장되어 있었으나 시인이 되고 싶었던 그는 성직의 길을 거절한 채 외롭고 혹독한 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26살의 그는 에벨의 소개로 프랑크푸르트의 은행가 '야콥 공타르'의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야콥의 부인 주제테는 빼어난 미모에 신비로운 분위기의 여인이었다. 상류사회 여인들의 우아함을 가졌지만 거만하지 않고 매우 소박한 성품 자체 등 모든 것이 훨덜린이 상상했던 연인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또 한 편 그것은 엄청난 괴로움이기도 하였다. 그녀 역시 문학을 향한 훨덜린의 열정을 존중하며 그의 애정을 받아들이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얼마 가지 못하고 그는 그녀의 집에서 내몰림을 당하게 된다. 그는 많은 시들을 평생에 걸쳐 지었으나 가장 신성에 넘치는 시들을 쓴 시기는 1797년 부터 1803년 사이의 기간이었다. 이 기간은 목사직으로 부터의 도망, 시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실의, 주제테의 죽음(1802) 등이 그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충분한 조건이 되었지만 오히려 그는 여기에서 더욱 깊은 신의 존재를 자각하고 신성에로의 회귀를 꿈꾼다. 하지만 예민한 성격을 가진 그는 주제테의 죽음 이후 더욱 깊어진 정신적인 혼란과 더불어 자기 추락이 심해지면서 34세의 나이로 시작된 정신 착란증으로 고통 받으며 73세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수도원 목수였던 짐머의 집에 유폐되다시피 36년 동안 살다 1843년 격정의 세상을 하직하지만 간간히 시를 쓰고 네카 강변을 산책하며 여생을 보냈으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짐머의 보호를 받고 살았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의미를 알 수 없는 중얼거림과 늘 불안한 정서를 가진 방황의 시인 훨덜린의 생은 그야말로 고통과 좌절이었을 것이다. 그는 헤겔(Hegel), 쉴러(Schiller)들과 우정을 나누기도 하였으나 그들처럼 이미 당대에 유명해진 사람들과 달리 실패한 시인으로 변방만 돌 때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방황과 혼돈 속의 삶이었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힘과 신성한 믿음을 잃지 않고 글을 쓰는 그를 <어느 때의 그에게서 보다 더 위대한 정신력과 영혼의 힘을 결코 본 일이 없다>고 그의 친구 싱클레어는 말하였다.

수 많은 혼돈과 좌절의 삶 속에서도 싱클레어의 말처럼 <위대한 정신력과 영혼의 힘>을 가졌던 그로부터 가능하다면 그런 힘을 배우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무척 고독하고 깊은 슬픔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 뿐만이 아니고 예고 없이 수시로 찾아 드는 슬픔에 잠겨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 역시 <위대한 정신력과 강한 영혼의 힘>일 것이 분명하기에.. (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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