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친구가 있다면


<강현진 컬럼>

인정이 메마른 세상. 모든 것을 돈과 시간으로 계산하는 사회, 사람보다 기계 (컴퓨터, 아이폰)로 통하는 비인간화된 현실, 부부가 있어도 혼자인 것처럼 외롭고 허전할 때면 유안진씨의 지란지교 (芝蘭之交) 글 속에 나오는 그런 친구가 내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란지교: 벗 사이에 맑고도 높은 사귐>.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 없이 찾아가 차 한잔 마시고 싶다고 말할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 입지 않고 김치 찌개 냄새 조금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 있다면 좋겠다.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도 하면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을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이런 친구가 없을수록 영원히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고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여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때로는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을 애교로 통할 수 있을 만큼 너그러우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맛장구를 쳐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면 부드럽게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을 그런 친구가 있다면 좋겠다.

나에게도 옛날에는 유안진씨 글에서 나오는 그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친구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도리켜 보면 젊었을 때는 친구가 생각나면 아무런 약속도 없이 너 얼굴 한 번 보고 싶어 들렸다고 말하고 돌아 서려면 친구는 잘 왔다고 반겨주며 저녁 밥을 먹고 가라고 소매를 잡고 방으로 끌고가 꽁보리밥에 된장국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친구도 있었고 또 어떤 때는 상스럽게 꾸중을 듣고 기분이 상했을 때 동무야 술 한잔 하자고 불러내어 대포집에서 술마시며 상사의 흉을 실컷 보고난 후 스트레스를 풀고 헤어지던 친구. 어느 친구와는 사귀던 애인과 헤어져 고민할 때 그 상처를 달래기 위해 동네 뒷산에 올라가 자정 넘도록 술마시고 내려올 때도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친구가 군 입대 한다고 하여 술집에서 밤새도록 술마시다 옆사람과 싸워 경찰서에 잡혀가 하룻밤을 새우고 즉결재판에 넘어갈 처지였는데 군입대 영장을 보여주고 간신히 벌을 면죄 받은 때도 있었다. 경찰서를 나오면서 어찌나 기분 좋았던지 이런 친구의 우정은 나만 아니라 젊은 날 누구나 겪었던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우리는 50~60년전만해도 친구가 생각나면 시간 약속이나 만날 장소 같은 것은 걱정하지 않고 만나고 싶을 때면 언제 어디서던지 편안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 그 아름답던 추억들이 어제 같았는데 도리켜 보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처럼 그리워지는 것은 세상이 바뀌어서 그런건지 사람의 마음이 변해 그 시절을 잊은건지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아쉽기만 하다.

옛날에는 젊은이들이 좀 예의가 없더라도 사회 습관 속에서 젊은이의 무례는 눈 감아주고 웃어 넘길 수있는 인정이 있었다.

도리켜 보면 우리가 살던 옛고향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훈훈한 인정이 넘쳤고 친구 간에는 우정을 소중히 여기는 미덕이 있었다. 그 시절이 그립다.

그런에 요즘은 옛날에 우리가 경험했던 친구의 우정이나 인정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친구를 사귈려고 하면 만나기 전에 손익 계산서를 만들어 놓고 이익이 될것 같으면 만나고 별 이득이 없다고 계산되면 만나지 않는 야박한 세상으로 변했다. 친구를 돈과 시간과 이해관계로 계산하는 세상이 서글프다.

오늘날 우리 한인들은 모두가 바쁘게 살고있다. 바쁘다 보니 주위 사람과 깊은 인간관깨를 맺을 수도 없고 속시원히 가슴 속에 속내를 마음 놓고 털어낼 친구나 이웃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진실한 친구란 오랜시간 동고 동락하면서 마음 속의 속내를 털어낼 수 있고 친구의 고민도 같이 상의할 수 있을 때 비로서 좋은 친구나 이웃이 될 수 있다.

좋은 친구를 찾기 보다 만들기가 더 어렵다. 우리 한인들은 자라온 환경, 습관 개성 같은 것들이 이미 굳어버린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 상대방의 인격을 존종하고 상대보다 자신의 희생과 양보가 앞서야 하고 받기 보다 주는 인심 그리고 친구의 눈 높이에 맞추어 사귀어야만이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나 인간관계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야된다. 당신에게도 이런 친구가 있는가. 내가 외롭고 쓸쓸할 때 커피 한잔 하자고 부를 때 하던 일 놓고 달려와 커피 한잔 마시며 허전한 마음 달래줄 친구, 구수한 떡볶음 만들어 놓고 친구야 맛있는 음식 먹자고 부를 때 하던 일 접고 찾아올 친구, 위급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전화하면 가던 길 돌려와 도와줄 친구, 그리고 만났다 헤어져 집에 오면 또 보고 싶어 전화하고 싶은 친구. 당신 옆에 그런 친구가 5 손가락 넘는다면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고 이민생활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 할만하다. 지금 내 옆에도 그런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그런 친구가 몇이나 되는지 세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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