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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파울첼란(Paul Celan)


몇 년 전에 위싱톤 D.C에 있는 홀로 코스트(Holocaust) 뮤지엄을 방문한 적이 있다.

수용소에서 죽은 유태인들의 주인 잃은 신발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통나무를 세로로 얇게 베어내듯이 사람을 수십 결로 베어냈다고 하는 기구가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그곳을 둘러보는 내내 너무나 경악하여 나는 숨조차 쉴 수가 없었다. 어디선가 매캐한 연기 냄새가 나고 비명소리, 통곡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인들은 무의식이던 의식적이던 유태인 학살 사건에 대해 잊고 살았다고 한다. 아무도 나치집단이 저질렀던 그러한 끔찍한 일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하고 학교에서조차도 사실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즉 모두 집단적 기억상실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60년에 체포되어 1962년에 교수형으로 사라진 나치전범의 책임자인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의 재판과정을 통해 불거진 나치전범들의 끔찍한 죄상이 낱낱이 밝혀짐으로써 그 엄청난 사실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파울첼란은 루마니아에서 살던 유태인인 의사 지망생이었다. 그는 유태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지만 처참한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남았다. 어느 날인가 개스실로 끌려가는 줄에 서 있게 된 그는 다른 사람과 슬쩍 줄을 바꿔 치기 함으로써 살아남게 되고 다른 사람은 죽게 되었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20여 년을 결혼도 하고 여러 가지 문학상도 받으면서 잘 살아갔다. 아니 그런 것 같았지만 살아 남은 자들이 겪는 정신질환의 일종인 추적망상에 평생을 시달리다 결국 남은 상처와 자신에 대한 환멸을 이겨내지 못하고 1970년 4월 20일 세느 강에 떨어져 투신 자살을 하고 마는 것이다.

아우슈비츠에서 그는 부모를 잃었고 매일이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현장에서 그는 신에 대해 절망한다. 신(神)은 가까이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우리가 원하는 이 순간에 신은 우리의 기도조차 들어주지 않고 우리를 위해 기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울부짖는다. 신이 우리들의 곁에 있을지는 모르나 정작 가장 원하는 이 현장에서는 모른 척 등을 돌린 신에 대해 절망하는 것이다. 그는 비록 수용소에서 살아나오기는 하였지만 그는 매일 매 순간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 눈물조차도 맘 놓고 흘리지 못한 채 자신의 상처, 혹은 자신이 살기 위해 행했던 행위에 대한 양심의 고통 속에서 살아 갔을 것이다. 상처를 치유 받는 다는 것은 속에 있는 트라우마를 꺼내놓는 일이기도 하다. 트라우마를 끄집어 내어 놓지 않으면 늘 가슴속에서 가시처럼 남아 자신을 더욱 찌르기 때문이다. 갑자기 시작된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삶, 아니 죽음보다 더 깊은 절망의 수용소의 삶을 쓴 <죽음의 푸가>라는 그의 시를 잠시 읽어보자.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시고

낮에 마신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명수다

우리는 너를 저녁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명수다 그의 눈은 푸르다

그는 너를 납으로 된 총알로 맞춘다 그는 너를 정확하게 맞춘다

한 남자가 집안에 산다 마아가렛 너의 금발머리

그는 사냥개를 우리에게 몬다 그는 우리에게 공중의 무덤을 준다

그는 뱀을 가지고 놀고 꿈꾼다 죽음은 독일에서 온 명수다

마아가렛 너의 금발머리 슬람미 너의 잿빛머리

정말 어둡지 않는가? 파울첼란이 죽은 지 46년이 되었지만 아픈 영혼들의 통곡을 묻고 지금도 여전히 세느강은 흐르고 있을 것이다. I Pad 에서는 His Tears란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둡고 고통스런 그의 시를 읽어 내려가면서. 위안받지 못하고 흘렸을 그의 눈물에 대해 가슴이 저려온다. 크던 작던 대 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가끔은 우리 모두 상대방의 트라우마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저 남의 일, 남의 상처라고 건성으로 넘기기에는 그들 가슴속에는 오늘도 슬픔과 고통의 눈물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가능하다면 나 자신부터 조금 더 깊은 눈길로 상대방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한다. 4월 20일이 돌아온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바람 부는 섬 하나 가슴에 묻고 산다지만 누구보다도 고통스러웠을 파울 첼란의 생애를 생각해본다. (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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