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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퇴직하는 동료를 보내며


직장에서 32년을 근무 한 우리 부서 남자 동료가 정년퇴직을 하게되었다. 몇달 전부터 퇴직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그에게 부서 동료들이 회사동료들과 퇴직 축하 식사를 어떻게 하고 싶은 지 물어보았다. 대개는 직장을 마치고 난 후 미리 식당을 정해서 알리고 축하해 주고 싶은 동료들이 가서 각자 자기 돈을 내고 함께 먹거나 술을 마시며 퇴직을 축하해 주는 것이 일반이었다. 그런데 이 동료는 말하기를 "나는 처음 이회사에 입사 했던 때 처럼 하고 싶다" 하고 말했다. 듣고 있던 우리는 의아한 얼굴로 무슨 뜻인지 몰라서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러자 그가 부연 설명을 하기를 "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 때 나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정년 퇴직도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하고 싶다." 하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난 후 우리는 그의 뜻대로 소문내지 않고 우리 부서 사람만 부서에 붙은 작은 공간에서 함께 파트럭으로 점심을 하는 것으로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도 좋다고 했다. 각자 음식을 한가지 해 오도록 광고를 했는데 그것도 힘든 사람은 돈을 내며 사달라고 해서 내동료와 코스코에 가서 준비를 했다.

드디어 퇴직하는 동료의 직장 마지막날이 되었다. 나와 내 동료는 일찍 회사 뒷쪽 방에 상을 마련 해 테이블보를 깔고 가지고 온 음식을 올려 놓고 카드까지 진열을 해 놓았다. 나와 같이 준비를 한 내 미국여자 동료는 유난히도 행사를 좋아하는지라 흥분해서 다른 사람도 초대하고 싶어했다. 이번에도 전날부터 테이블을 갔다 놓고 미리 예약 됐다는 광고문을 부쳐놓고 야단법석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정년퇴직을 하는 내 남자동료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그는 많은 사람속에서는 조용하다. 친해져야 편하게 말을 하는 그의 성격대로 부서 사람하고만 조용하게 치르고 싶어했다. 그래도 워낙 오래 같은 직장에서 일 하다보니 다른 부서 사람들도 와서 축하해 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는 정확하게 65세에 퇴직을 했다. 우리부서만해도 그의 나이보다 더 연장자가 있지만 그들은 어떤 이유인지 모르나 퇴직을 안하고 있다. 그들 편에서 보면 이번에 퇴직을 하는 동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앞으로 그가 맞서게 될 세상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건강하게 한직장에서 오래있다가 퇴직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복있는 사람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갑자기 병으로 사망한 이도 많았고 퇴직을 앞두고 병이 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동료들이 회고를 당해서 떠나게 된 일도 많았는데 그는 살아남아 이제 정년퇴직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의 말대로 회사가 그에게 크게 대우를 해 주진 않았지만 이때까지 가족을 부양하고 네자녀를 다 키웠으니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30대에 이회사에 들어와서 청춘이 갔는데 그의 말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고 했다. 함께 축하를 해 준 한 동료는 삼십년을 같이 보고 지냈다. 다른이는 20년 이됐고 나만해도 16년을 보았다. 그러니 앞으로 그가 없어진 자리가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올까 싶다. 그에게 나는 "너가 부럽다 나는 아직도 10년이나 남았는데 " 했더니 그의 하는 말이 "곧 온다 그시간이" 하고 나에게 말했다.

그는 하루종일 책상에 붙어있지 않고 돌아다니며 만날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작별을 했다. 우리 부서 한 동료는 이별을 해야하는 순간이 싫다고 아예 직장을 안나왔다. 그 한사람만 빼고 나머지 동료들과는 다 인사를 하고 그는 갔다. 그가 떠나기 위해 마지막 과정인 인사과로 가고나자 우리 매니져 하는 말이 "이제 한 몇 달 동안 잘못 된 일은 다 그가 한 일이다 라고 할 것이다. " 하고 농담을 해서 우리는 웃음이 터졌다. 아닌게 아니라 그럴지도 모르지만 일을 잘했던 못했던 그는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동료였고 미운정도 고운정도 든 동료였다. 이제 한 동안 회사에서 동료들 대화 때 마다 그가 단골메뉴가 되어 올라 올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다른 동료들도 그를 통해서 잠깐 자기들이 맞이 하게 될 퇴직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식으로 부서 사람들과 마지막을 보낼지에 대해서도.

떠난 내 동료처럼 곧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부서에 몇 있는데 그들은 또 어떻게 남아있게 될 동료들과 마지막을 보낼까 궁금하다. 이번에 퇴직을 한 내 동료는 자기 성격대로 조용하게 나가고 싶어했다. 나도 그렇게 한 것이 좋았다.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 하고만 보내고 싶어했으니 말이다. 우리부서 사람들도 그의 의사를 존중해 주었고. 10년 후 나도 내동료처럼 부서사람들하고 마지막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제 내 동료가 32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하느라 보낸 시간 때문에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면 그 일들을 이루어 나가기를 빈다. 이제 자기자신을 위해 시간도 보내고 그의 말처럼 많이 찾아보지 못한 어머니도 만나러 가고 아내와도 여행도하고 말이다 .그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빌어본다.

(일상속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 속에 어떤 말은 깊은 울림이 있어서 계속 내 마음에 머물 때가 있다. 그게 내가 글을 쓰게되는 소제가 된다. 그러니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자녀들과의 대화, 친구들과의 만남, 남편과의 대화 이런 내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이 글이 된다. 그리고 그 글이 살아있는 글이 되어 작은 기쁨으로 다른이에게도 전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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