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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비경인 웨이브(The Wave)에 가다


The Wave- coyote North Buttes

붉은 사암의 언덕에 둘러싸여

아주 오래도록 앉아서

태고 적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잠시라도 너의 부재를

용서하려 한다

그것은 충만, 자연의 충만이 주는

그 풍요로운 기쁨으로 인해

잠시라도 나를 에워싼 비통함을

잊으려 한다

켭켭히 쌓인 채 어디론가 흘러가는

태고의 붉은 대지 앞에서

잠시라도 허접한 내 눈물을

거두려 한다

시인 엘리자벳 김

인터넷으로 신청했던 4월 15일 The Wave 입장 퍼밋을 받은 것은 1월 1일 아침이었다. 무척이나 이곳에 오고 싶어 했던, 그러나 이제 겨우 60의 나이를 채우고 저 세상으로 간 선배를 생각하자 마음이 쏴-아하게 아파오며 마냥 기쁜 마음이 든 것은 아니었다. 250만년 전에 형성되었다는 아리조나의 The Wave- Coyote North Buttes은 Paria Canyon Vermilion Cliffs Wilderness 지역이라는 곳에 오롯이 숨겨져 있는데 하루에 20명만 입장을 허용하기 때문에 퍼밋 받기가 정말 어렵다. 사진 작가들의 로망인 이곳을 오고 싶어 수 년을 계속 신청해도 추첨에서 떨어지는 수 많은 사람들에 비해 행운을 거머쥔 나는 이곳을 오지 못한 채 세상을 하직한 선배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꼭 와야만 하는 곳이었다. 마침 후배가 동행을 해 주었다.

The Wave는 수 백만 년 전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파도에 의해 바다 속의 모래들은 이리저리 쓸려가면서 천천히 퇴적되고 얇은 지층을 켭켭히 쌓아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각이 융기되자 바다는 육지가 되었고 세찬 바람과 빗물 등은 계속해서 풍화작용을 일으키기도 하고 불어오는 회오리 바람 역시 풍화 작용에 한 몫을 하여 둥글고 특이한 형태의 사암들을 형성시켰다. 드디어 4월 15일, 우리는 새벽부터 공원 입구로 들어섰다. 빨간 모래 진흙탕길(Paria 란 뜻은 인디언 말로 진흙탕이라고 한다)을 덜컹거리며 40여분을 달리자 주차장이 나왔다. 우리는 배낭 속에 물 몇 병과 샌드위치 그리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견과류를 조금 넣고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메었다. 끝도 없는 바위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면서 공원 측에서 준 지도에 그려져 있는 지형을 수도 없이 확인해가며 걷다 보니 어느덧 우리는 빛 보다 빠른 속도로 250만년 전의 시간으로 와 있었다. 바람과 물과 뜨거운 햇살은 모래들을 흐르다 멈추고 또 쌓이고 또 흘러가게 하면서 고운 비단의 결처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물결 모양의 바위들을 형성시킨 것이었다. 이렇게 손 대지 않은 자연 그 자체 앞에 서서 시간을 초월한 채로 바라보니 심장이 터질 듯 숨이 막힌다. 그래서 나는 문명의 도시보다는 사진기를 들고 늘 자연 속으로 가는가 보다. 어디선가 자연의 정령이 나타날 듯 신비롭고 위대한 충만감이 사방에 넘치고 있었다. 사진 한 장 담는데도 내 가슴은 경건함으로 떨려왔다. 버켓 리스트에 넣어놓고 저 세상으로 간 선배 생각에 울컥 슬픔이 치밀어 올랐지만 이 충만한 자연 앞에선 슬픔조차 경건함으로 변화가 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비가 내리자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언제 이곳을 다시 오게 될까..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산을 내려가다 나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비는 굵은 우박으로 변하고 당황한 우리는 가면 갈수록 깊은 계곡 속으로 들어가게 되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아까 웨이브에 있었던 서 너 명의 사람들 다 어디 갔는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누구 하나 없다. 반경 80마일 내 인가가 없다는데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는지 드디어 우리는 조난을 당하는 구나 싶을 때 쯤 낯 익은 산 봉오리가 보였다. 그렇게 웨이브는 잊지 못할 추억을 내게 만들어 주었다.

(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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