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끝에서 그리움으로


4월 마지막 목요일이었다. 회사에서 퇴근시간을 얼마 안 남겨 놓고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동시에 전기불이 나갔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에 함께 있던 동료들과 당황해 하며 부서를 나와 복도에서 보니 여기저기 직원들이 나와서 어찌된 영문인지 알려고 서로들 무슨 일인지를 묻고 있었다. 몇명의 관리부 직원이 바삐 움직이며 하는 말이 " 천둥과 번개치는 바람에 전기가 갑자기 나갔다" 고 말했다. 그후 곧 바로 전기는 들어왔다. 우리는 서둘러 책상 정리를하고 심상치 않은 날씨를 염려하며 퇴근을 했다.

운전을 하고 나와 채 오분도 지나지 않아서 운전하는 바로 앞으로 보이는 하늘에 번개불이 길게 갈라지며 번쩍했다. 생전 처음 가까이 번개불을 보니 놀랍기도하고 무섭기도 했다. 날은 분명히 대낮인데 햇볕이 없어지니 갑자기 어두워졌다. 집에 오니 곧 소나기와 우박이 갑자기 쏟아졌다. 그런데 그 우박 크기가 어찌나 큰지 소리도 요란했다. 그렇게 길지않은 시간 동안 천둥과 번개와 소나기와 우박까지 큰 창문을 통해 다보았다.

그런데 그 광경이 우리가 살면서 갑자기 만나는게 되는 어려움과 흡사하다 생각했다. 특히 이번 주는 작은 오빠가 세상을 떠난지 사년째 되는 달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지금 내 나이가 오빠가 떠날 때의 나이다. 작은 오빠와 나는 4살 차이가 난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그토록 사랑하던 딸이 커 가는 것도 보지 못하고 또 대학을 졸업하고 제 앞가림을 하고 있는 장한 아들도 못 보고 갔다.

오빠가 병상에서 내게 한 말이 " 남아있는 사람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한다" 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갑자기 병이 발견되고 딱 사개월동안 오빠는 두번의 수술로 아픔이란 아픔은 다 경험했다고 했다. 그 고통 중에도 딸이나 우리가 가면 웃음 진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았다.

두번의 수술후에도 경과가 안 좋아지자 의사가 마지막 또 한번 수술과 고통을 줄이는 호스피스 둘 중 선택여부를 물어보았을 때 오빠는 수술의 성공여부를 먼저 물었다. 의사의 낮은 성공률 대답에 오빠는 망설임없이 집과 가까운 병원에서 호스피스를 택 하겠다고 말 했다. 오빠는 첫번 수술을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하느라 혼자 보낼 때가 많았다. 또 수술 후 경과도 좋지 않아서 한 차례 더 수술을 해야 했었다. 자연히 병원 생활이 길었다. 식구들은 병원이 멀어서 주말에나 갈 수 있었다. 그러니 지금생각하면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다. 오죽하면 우리가 주말에 가면 간호사가 내게 하는 말이 오빠가 "오늘 동생이 온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주말이면 식구들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때 오빠가 환하게 우리를 반기던 얼굴이 떠오른다. 아마 그래서도 더 마지막은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싶어했는지 모른다.

오빠는 마지막도 마음에 준비가 되어 있었고 우리는 오빠를 떠나 보낼 준비를 채 하지 못 했다. 오빠에게 그때 갑자기 닥친 일은 내가 이번에 본 천둥과 번개와 우박까지 동반한 무서움이었다. 그런데 오빠는 그시간을 침착하게 받아드리고 최선을 다 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도 하고 갔다. 외면했던 하나님도 인정하고 받아드리고 평안해 했다. 그리고 옛날에 불렀다는 찬양의 가사를 들려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모르는 기쁨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월의 끝자락에 오빠는 평안하게 갔다. 한동안은 오빠가 갔다는게 믿어지지않았다. 멀리있는 언니도 식구들도 그랬다. 믿어지지 않는다고.

이제는 오래동안 아빠의 빈자리를 힘들어하던 딸도 다시 힘을 얻고 새언니도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을 챙기고 산다. 아들은 대학도 졸업 하고 직장도 가지고 엄마와 동생을 도운다. 오빠의 성향을 닮았다. 새언니는 오빠가 간 후 내가 가진 보석을 보석인 줄 모르고 살았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가까이 있을 때는 좋은 것을 가진 고마움을 모른다. 떠나보내고 나서야 깨닫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청명한 하늘을 올려보면 언제 천둥과 번개와 우박이 내렸나 싶다. 오빠에게 온 마지막 사개월이라는 시간은 천둥과 번개와 우박 쏟아지는 그런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다해도 마지막을 오빠는 성격처럼 그렇게 결단하고 갔다. 길게 살 수 없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아픔이나 고통이 없는 곳에 오빠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

천지에 만발한 꽃이 가득한 사월의 끝은 그렇게 그리운 오빠와 함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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