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8시에 떠나네


카타리니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으리

함께 나누었던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다시 오지 못하리....

신문사에 보낼 칼럼의 마감이 코 앞이라 넓고 쾌적한 동네 빵집에 앉아 컴퓨터를 키고 오랫동안 빈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지만 낮게 가라앉은 내 감정 탓인지 글이 여전히 써지지 않는다. 잠시 휴식하기로 하고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기로 했다. 조수미의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가 나의 우울한 감정을 툭툭 치고 있지만 그 감정을 애써 무시하고 나즈막하게 흥얼거려본다. 중년의 위기감 때문인지 상실감 때문인지 시도 때도 없이 가끔 우울해지곤 한다. 나는 문학과 그림, 그리고 사진도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잘하는 것은 없어 나는 늘 나 자신한테 불만이다. 그 중에서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음악이지만 불행하게도 음악은 가장 재능이 없는 부분이다. 재능은 없지만 음악은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악이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솔직하게 터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예술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말을 잘하시는 달변가의 말을 한 시간 동안 듣는 것보다는 좋은 음악 한 곡을 듣는 것이 내 마음을 더 감동시키고 행복하게 한다.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여러 가지 음악을 C.D로 구워서 주위 분 들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겨 하는데 이것 저것 섞어서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한 가지 음악에 다른 가수 혹은 다른 연주자가 연주한 것을 섞어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 중의 하나는 '기차는 8시에 떠나네(to treno fuege stis okto)란 음악이다. 이 음악은 <페드라 Phaedra 1962>, <그리스인 조르바 Zorba the Greek 1964>,등을 작곡한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그리스 사람인 미키스 테오도라키스(Mikis Theodorakis)의 음악으로써 한국에서는 조수미등이 불러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리스라는 민족은 우리 조국처럼 오랜 역사 동안 타 민족의 지배도 받아왔고 역사적으로 로마의 속국으로 그리고 투르크의 지배 아래 살아왔던, 거의 우리 한민족의 역사적 사실과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로서 그들 역시 우리처럼 뼈에 사무친 한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우리의 한과 비슷한 정서를 느낄 수 있는데 더더욱 이 노래는 그리스의 음악이 아니라 꼭 우리의 음악처럼 정서적으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음악이라는 것이 원래 자기의 감성과 맞아 떨어지면서 모든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위력이 있듯이 처음으로 이 노래를 조수미의 목소리로 들었을 때 나는 운전 중이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는 순간 가슴이 턱 하고 막혀서 차를 길가에 세우고 수십 번이나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그때 나는 무척이나 외로웠던 가보다.

또한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나와 같이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마냥 달려가고 싶어했던 친구가 유달리 생각난다. 그런 기회 한번 가지지 못하고 이별을 했기에 더욱 이 음악은 내게 슬픔의 정서로 다가오곤 한다. 11월의 8시행 기차를 타고 카테리니로 조국을 지키기 위해 기차로 떠난 애인을 그리면서 다시는 만나지 못할 슬픔을 노래한 이 노래... 분단된 조국에서 전쟁터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면서 처절히 아파했을 우리들의 심정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나의 음악이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를 통해, 혹은 악기를 통해 새롭게 재 탄생되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가지 다른 감성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기도 하다. 이 음악은 전 세계의 많은 가수들이 불렀는데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의 사람의 가슴을 툭툭 치는 깊이 있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해리스 알렉시우(Haris Alexiou)의 낮은 중 저음으로 떨림을 주는 목소리 역시 새롭다. 또한 패티 김의 목소리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밀바(Milva)의 굵은 목소리 역시 한껏 이 음악의 정서를 다른 각도로 들려준다. 빗소리와 함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김지연도 있지만 청아하면서도 한이 서린듯한 목소리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듯 애간장 녹이는 조수미의 목소리는 적어도 이 노래만큼은 일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한 노래가 다른 가수 혹은 다른 악기를 통해 독특한 개성으로 다시 재탄생 되듯이 예술하는 사람한테는 사물을 해석하는 상상력과 감성이 참으로 중요하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여러 갈래로 다른 색으로 해석할 줄 아는 자신만의 고유의 상상력과 감성은 그야 말로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내게 있어 상상력과 감성등이 멀리 이사를 갔는지 도통 글이 써지지 않는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등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말했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움을 느낄 때는 "빈 종이를 앞에 두고 앉았을 때"라고.. 이 말에 오늘은 위안을 받으려고 한다.

많은 가수들이 하나의 노래를 각자의 해석과 감정으로 자신만의 특별난 음악으로 재 탄생시키듯이 문학 역시 나는 같은 맥락으로 받아 드리려고 한다. 뛰어난 문장력으로 세상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각자 자신의 노력으로 각자만이 가진 독특한 상상력과 자신만이 가진 개성적인 색깔을 입혀 새로움을 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컴퓨터의 빈 화면 위에 깜빡 거리는 커서를 드려다 볼 때마다 두려움과 동시에 어떤 생동감이 생기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하며 긴 숨을 내 쉬어본다. 햇살이 긴 8월의 저녁이지만 벌써 어둑해지려고 한다. 이제 컴퓨터를 접고 집으로 가야겠다. 물론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를 들어가면서.....(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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