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더 좋아


<수필세계>

오래 전 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딸을 낳으면 살림 밑천이되고,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했다. 또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말도 있다. 아마도 딸을 낳은 서운함을 달래려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어떤 사람들은, 딸은 시집을 보내고 나면, 남과 같아지기 때문에, 출가외인이라며, 애써 믿음직스러운 아들이 좋다고 고집하기도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할, 남아선호사상(딸보다 아들을 더 좋아하는 관념)이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옛시절이 있었다. 아들을 낳아주지 못하면 소박(아내를 박대하거나 내쫓음)을 맞고,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아가야만 했던 어머니들이 있었다.

아들을 낳아서 가문의 혈통을 이어주어야 하는 책임이 며느리에게만 있었던 것이다.여기 미국에서도 남녀가 결혼을 하게되면, 아내는 남편의 성씨를 붙여 쓰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세상은 많이 바뀌어져 가고 있다. 요즘은 여성의 지위가 사회나 가정에서 아주 높아졌다는 현실을 부인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래전에 여성상위시대가 자리잡기 시작 했기 때문인 것이다.남녀의 차별이 사라지고,남녀평등의 시대가 된 것이다. 딸이라고 해서 불이익을 당한다든지, 딸이 할 일과 아들이 할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인 것이다.더욱이 딸이든, 아들이든,구별없이 하나자식을 낳는 현대에서는 말이다.

세계각국에서 여성대통령이 선출되고 있음을 봐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나의 부모님은 아들 넷에 딸 하나를 두었다. 딸을 얻으려다가 아들 넷을 낳았다고 부모님은 늘상 말씀 하셨다. 하나 뿐인 딸이 였기에 사랑을 듬뿍 받기도 했지만, 위로 두 오빠와, 아래로 두 동생의 틈바구에서 힘들게 살아 왔노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다행히 꽤나 괜찮은 집으로 출가 해서 큰 어려움없이 잘 살아 가고 있기에, 세월이 흐른 지금은 깔깔 웃음으로 얘기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린나이에 아버님을 여위고, 4남1녀의 장남으로 살아오면서, 동기(형제 자매)간에 우애도 그리 좋지 못했고, 부모님께 효도를 해 본적도 없다. 어릴적부터 집을 떠나 살아 왔기 때문이라고 억지 변명을 늘어 놓는 것이다. 말썽꾸러기 아들 넷을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는,아들보다는 딸과의 소통이 유일한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서울에 살고 있는 나의 여동생은 가까이 살고 있는 아들 보다도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가 더 많고,1년에 한차례식 태평양을 건너, 이곳의 어머니를 찾아와, 함께 시간을 나누는 효도를 해 왔던 것이다. 지난번 어머니께서 새벽녘에 넘어져, 골반골절과 뇌출혈로 수술을 받고 입원을 했을 때도, 먼길 마다않고 단숨에 달려왔으니, 역시 딸이 더 좋다는 말에 할말이 없는 것이다.

병상에서 맞은 모녀간의 재회는 한동안 눈물바다가 되어 주위를 숙연 하게 했다.어머니는 간병을 위해 두팔을 걷어 붙인 딸의 손을 꼭 잡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것이다.나는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한 탓으로 이지경이 된 듯 하여 몹쓸 죄인이 되어 버린듯 했다. 아마도 아들이 할 수 없는 일이 있기에, 딸의 간병이 어머니는 편안 했을 것이라 이해 해 본다. 서울에서 날아 온 여동생은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 했고, 서울의 이름 있는 큰 병원에서 일을 했던 간호사였다. 더욱이 시아버지의 노환을 오랫동안 간병 했었고, 치매를 앓던 시어머니를 보살폈던 경험이 어머니를 편안히 간병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크리스찬으로서 깊은 신앙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그녀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효도의 시간이 되었음에 감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체 생의 마지막이 될 줄 알았던, 91세의 어머니는 기도와 격려와 사랑을 가득히 보내준 여러분께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딸의 손을 잡고 일어나, 100세를 향해 걷기 시작 한 것이다.

*실리콘밸리한인회장 역임.

*(사)한국문협미주지회 이사.

*재향군인회미북서부 부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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