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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곳에 나를 투자하세요!


<청춘에게 길을 묻다 / 조성민>

삶은 ‘속도’ 아닌 ‘방향’

베이지역 답지 않게 싸늘한 바람이 코끝을 두드리던 1월 어느날. 금방이라도 봄을 부를 것만 같은 상큼함과 풋풋함이 전해지는 한 청년을 버클리 작은 카페에서 만났다. 노타이, 수트차림의 그는 첫눈에 보아도 깔끔한 이미지에 직장인의 매너와 주말의 여유로움이 버무려진 새내기 엘리트 사원의 모습, 그것이었다. 첫 대화부터 자신감 넘치면서도 겸손함과 깍듯함을 잃지 않는 그의 태도는 인터뷰 내내 적당한 긴장과 편안한 대화를 이어가게 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한 가운데 선 ‘사회초년생’

조성민. 1991년 8월생. 올해 나이 26세. 지난해 말 UC버클리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자신이 꿈꾸던 파이낸셜 분야에 당당히 입성한 사회초년생이다. 굳이 그의 나이를 언급한 까닭은 밀레니얼 세대*의 한 가운데 태어난 1.5세 청년으로서 평소에 느끼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궁금해서였다.

고대 수메르인의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라고 씌여져 있다는데, 어느 시대나 기성세대에게 비친 신세대의 모습은 ‘버릇없고 생각없고 무계획’ 하며 기대와 우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그가 전해주는 활기찬 긍정의 기운은 그러한 편견과 우려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최근 몇년사이 한국에서는 ‘3포 세대(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 하여 꿈도 희망도 미래도 포기한 청년세대 비관론이 팽배해있다. 청년실업에 관한한 미국의 상황도 그리 녹녹하진 않다. 부모님을 따라 이민온 1.5세나 2세들, 이민자가 아닌 미국 청년들조차도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 결혼 등 그들 앞에 펼쳐진 미래가 장미빛 탄탄대로만은 아닌게 현실이다.

자율. 개성. 삶의 밸런스가 모토

그는 건축가인 아버지를 따라 세 살 때부터 하와이, 아랍 에밀레이트, 태국 등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도미, 남가주 어바인으로 왔다. 그러한 결정에는 많은 고민이 따랐지만 한국과 미국 교육시스템의 차이가 컸다고 한다. 선행학습이 전제돼있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초등학교 때부터 거의 모두가 학원을 다니며 과외활동, 봉사활동까지도 전담하는 학원이 있을 정도로 규격화, 획일화 돼있는게 사실이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으로 달려가 하루일과를 마치는 게 대부분인데 반해 미국은 방과 후 예체능 활동이나 스터디 그룹, 자원봉사 등의 과외활동이 자율적으로 조직되고 운영되며 모든 면에 있어 삶의 밸런스를 중요시하는 분위기여서 어린시절 외국에서 교육을 받아본 그에겐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물론 그도 부모님 속 한번 안 썩인 만년 모범생은 아니었다. 남들 놀 때 열심히 놀기도 하고 적당히 부모님 속도 끓이다가 뒤늦게 철이 들어 “이젠 정말 마지막 기회” 라 여기고 커뮤니티 칼리지 때부터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 결과 GPA 3.93(4.0만점)의 우수한 성적으로 UC버클리 경제학과에 합격하게 된다.

유년기부터 금융/경제 분야 동경

어려서부터 주식 증시 증권동향 그래프 등이 다이내믹하고 멋져보였던 그는 경제지표 관련 뉴스에 늘 관심이 쏠리면서 그 분야를 동경해왔다. 물론 자라면서 그 꿈이 한번도 변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기까지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질문이 있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어렸을 때 한번쯤은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이 멋져보이기도 하고 변호사나 의사라는 직업을 생각해보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쪽을 선택한 데에는 모든 요소를 곰곰이 따져봤을 때 가장 현실적인 판단이 들었습니다. 연예인이 되기에는 외모나 재능이 부족하고, 운동선수가 되기엔 체력과 운동신경이 딸렸으며, 이 분야는 워낙 어릴 때부터 시작한 이들이 많아 뒤늦게 소질없이 덤비기엔 역부족이고 제겐 너무 큰 리스크였죠.”

변함없이 가슴 떨리는 분야에 도전

의사, 변호사란 직업 에 대한 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 다 정말 좋은 직업이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뛰어들고 싶을 만큼 그에겐 매력적이진 않았다. 직업과 진로를 놓고 고민할 때마다 늘 변함 없었던 건 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아직도 금융세계가 궁금하고 멋져보이며 동경의 대상인가? 그렇다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현실 가능성은 있는가?” 그때마다 그의 내면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그렇다”였다.

“동경하던 직업군이라는 것, 입성할 가능성이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은 경제학을 공부하게 된 충분한 동기가 되었어요. 게다가 첫 학기에 버클리 경제학과와 하스(Hass) 비즈니스 스쿨의 스틴븐 우드(Steven A. Wood)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서 제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부모님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었을 텐데.. “물론 어머님은 법대에 가길 바라셨지만, 부모님이 정해주는 삶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본인이 선택하고 후회없는 삶을 사는게 맞지요. 나중에 변호사가 되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그땐 부모님도 책임져주지 못합니다.”

커뮤니티 칼리지 입학 전에는 모 건설회사에서 인턴도 해봤고, 칼리지를 다니는 동안에는 중국식당, 분식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제관념도 쌓았고 돈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그 때마다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뚜렷한 동기는 어떤 장애도 뛰어 넘어

그의 얘길 듣다보면 참 똑부러지고 야무진 청년이란 생각이 든다. 그의 경우는 자신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실질적인 고민을 통해 유년기의 꿈이 막연한 동경이 아닌 현실로 구체화된 좋은 예라고 하겠다.

“동경했던 분야, 뛰어들면 잘 해낼 수 있는 분야, 언제나 가슴 뛰는 분야를 전공으로 삼고, 그것이 직업으로 이어지며 그러한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진로 선택이 아닐까. 대부분의 청춘들은 그것이 어려워 갈팡질팡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동기가 뚜렷해서였을까, 경제학이라는 쉽지 않은 분야가 그에겐 즐거웠고, 어려우면 어려운 만큼 도전하고픈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학생대 교수의 비율이 17:1로 교수님 얼굴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UC버클리에서 그가 공부한 비결을 물어보았다. 그의 열성과 의지를 단박에 알 수 있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에게는 첫학기 때부터 늘 들고 다닌 개인용 칠판과 컬러마커가 있었다. 조교들을 쫓아다니며 궁금한 것,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칠판에 컬러펜으로 그래프를 그려가며 묻고 또 묻고 궁금증을 해결해나갔다. 그때마다 귀찮아하지 않고 친절히 가르쳐준 조교들에게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회사는 제2의 학교, 끝없이 배운다

그가 몸담고 있는 곳은 바로 WestPac Wealth Partners. 자산관리&재정설계 전문업체인 이곳은 미국내 6개주, 17개 브랜치를 갖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다. “스스로를 프로페셔널로 취급하라. 팀과 회사가 도와줄테니 절대 주눅들지 말라. 자신을 프로라 여겨야 클라이언트도 그렇게 대우할 것이다.” 신입사원인 그에게 상사들은 언제나 격려의 말로 힘을 북돋아준다.

매니징 파트너를 비롯해 부서내 상사들이 업무 트랜지션을 매우 유연하게 이끌어주어 회사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력사원을 주로 뽑는 이 분야에서 신입을 뽑아 다양한 교육훈련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준 회사의 배려, 입사 전 수차례의 인터뷰와 미팅, 회사내 다양한 행사에 초대해 막상 입사했을 땐 전혀 낯설지 않도록 배려해준 회사가 고마울 따름이다. 수많은 도전과 고배를 거듭한 끝에 입성한 꿈의 직장, 그에게 기회를 준만큼 그 역시 최대한 역량을 키워 회사에 기여하고 싶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라

5년 뒤, 10년 뒤의 그는 어떤 모습일까. ‘믿음직하고 신뢰감이 가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가 돼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분야는 적어도 8~10년은 걸려야 전문가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기에 그 전까지는 늘 배우는 자세를 견지하며, 차곡차곡 쌓인 배움과 경험을 훗날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인터뷰 말미에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을 청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혼잣말이나 혼자 생각할 때가 많은데요,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맹목적인 공부나 패턴화된 행동보다 훨씬 가치있다고 봅니다. 이제까지 제 삶의 공식은 <동경과 열정 + 현실적 가능성> 여부를 따지고, 그것에 집중하자였습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

*밀레니얼 세대 (Millenials) :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18~37세 사이의 연령층으로, 베이비 부머 세대의 뒤를 이으며 노동과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신세대 집단을 말한다. X세대를 대체하는 Y세대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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