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나무처럼


얼마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없는 친구지만 그 친구 살았을 적에 우리는 종종 끝말 이어가기 놀이를 자주 하곤 했다.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나는 가끔 중얼거리듯 끝말 이어가기를 하곤 한다.

바보 보살 살금살금 금반지 지구 구슬 슬픔.. 슬픔이란 단어에서 목이 메어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이별이란 언제나 슬픈 것이어서 사랑하는 부모를, 배우자, 형제 그리고 친구들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을 휘청거리게 만든다. 엄마를 잃고 친구까지 잃자 수도 꼭지라도 터진 듯 툭하면 눈물을 흘리면서 지낼 무렵 주위의 몇 분들이 모여 문학회를 하나 만들었다. 무기력하고 힘든 시기에 정신적 도움을 많이 준 이웃들과 의기 투합하여 만든 모임이 벌써 2달이 훌쩍 지나갔다. 끝말 이나 이어가며 눈물이나 질질 짤 시간에 이제 나는 이 모임을 위한 자료를 준비하여 우리 멤버들과 나눌 행복을 기다린다. 더구나 우리 모임의 멤버들 중에는 70-80세란 연세에도 문학이 좋아서 오신 분들이 여러분 계신데 그런 분들의 열정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활기차고 행복하게 만든다.

92세란 나이에 시를 쓰기 시작하여 2권의 시집을 내고 102세로 타계하신 시마타 도요 여사의 타계소식을 듣고 산케이 신문의 한 담당자는 "훌륭하게 시를 쓰는 사람들은 세상에 많았지만 도요 여사의 시는 순박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90이 넘어 시작(詩作)을 시작하여 꽃을 피웠습니다. "고 말했듯이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온갖 정열을 쏟아 부시는 이 분들의 모습을 뵈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다.

단아하시면서도 패션 감각이 뛰어나신 80이 넘으신 문학 소녀 멤버는 자신의 글에 자신이 없어 단 한 번도 발표한 적도, 남에게 보여준 적도 없으셨다고 하셨는데 벌써 여러 편의 글을 써오셔서 우리들을 놀래게 하였다. 저렇게 많은 끼를 어떻게 꽁꽁 숨겨놓고 살아오셨는지 말이다.

Imput이 많으면 암만 꾹꾹 눌러 담아도 결국은 이리저리 삐져 나오듯이 그 동안 책도 많이 읽고 깊게 생각하며 늘 아름답게 살아오신 이 분의 삶의 태도가 드디어 조금씩 좋은 글이 되어서 삐져 나오는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또한 자식들을 한국에 놔두고 재혼을 하여 미국에 와서 자식 2명을 낳았던 K 선배님은 5년 후에나 전남편의 자식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 한다. 그 동안 두고 온 자식들을 그리워하며 흘렸을 눈물의 양만 해도 얼마 전에 넘칠뻔한 오로빌 댐(Oroville Dam)의 수량만큼 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 분의 힘들었던 시간들은 진정으로 가슴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글의 소재가 되어 마음에 와 닿는 글들을 쏟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현재로서 유일한 남자 회원인 K씨는 암 진단을 받고 수술 후 회복 중에 있다. 아파 본 후에야 세상은 더욱 아름답고 더불어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며 행복해 하는 그는 자신의 마음을 담은 시를 여러 편 써 왔다. 이 분은 시 중에 <공기가 참 달다> 라며 삶의 기쁨을 노래한다. 문학회를 통해 자신이 늘 원했던 글을 쓸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면서 "어디 남자 회원 없소?" 하고 농을 던진다.

저녁 먹고 약 2시간 정도로 예정되었던 문학모임이 3시간이 넘도록 지칠 줄 모르고 서로의 글을 평해주고 들어주다 보니 서로가 가진 트라우마까지 이야기 하게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이 간직하고 있는 슬픔과 상처가 있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서투른 것도 사실이다.

상처를 치유할 수 없어 늘 외롭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어떻게든 그러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들은 문학을 통해서 슬픔도 상처도 내 삶의 일부라 생각하고 벗어나는 대신 오히려 그것을 대면하고 끌어 안는 방법을 서로가 서로한테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역사가 불행하면 작가는 행복하다는 말이 있지만 굳이 역사까지 들먹여 말하지 않아도 각자 가지고 있는 상처들은 때론 각자에게 삶의 힘이 되어준다고 나는 믿는 사람이다.

은퇴하신 분도 계시고 마켓을 하시는 분도 계시고 보험 하시는 분, 식당 하시는 분, 가수 하셨던 분, 영어 선생님 하셨던 분, 미술 전공하신 분등 다양한 직종과 연령을 가지신 분들이지만 이러한 모임이 좋은 것은 예술을 통해 각자 자신만이 가진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회 모임을 "좋은 나무(Good Tree) 문학회"로 정하고 나니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든다

." 좋은 나무"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가!! 저 세상에 간 친구가 즐겨 쓰던 이름이 아니었던가?

내가 잘 가는 레드우드 공원(쟌 뮤어 래드우드 내셔날 팍)은 100미터가 넘는 나무들이 깊고 고즈넉한 숲을 이루며 천 년을 하루처럼 살아가며 깨끗한 공기를 뿜어내는 곳이다. 레드우드의 특성은 100미터가 넘게 높게 자라는 반면에 뿌리의 깊이는 겨우 4-6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뿌리 발아법을 쓴다고 하는데 그것은 서로 뿌리끼리 얼키고 설켜 서로를 기대주고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생존 방법으로 그들은 서로를 의지해가면서 길고 긴 세월을 하늘을 향해 고고하게 잘 자라고 있는 좋은 나무들인 것이다. 우리 모임도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레드우드 나무들처럼 맑고 청정하게 잘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벌써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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