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곗날 수다


우리는 매달 네 번째 토요일에 만나서

탕수육과 팔보채를 먹으면서

다음 달 불입금이 얼마인지 이야기 한다

누구는 계가 끝나려면 2년이 더 있어야 한다고 투덜거리고

누구는 자동차 불입금이 3년이나 남았다고 불평을 하자

누구는 생뚱맞게 한반도의 역사가 반만년이나 되어간다고 한다

나는 불현듯 5000년이 되어가는 브리스톨 콘 파인 나무가 생각났다

캘리포니아 9000피트 높은 산에 꽁꽁 숨어 숨바꼭질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다는 나-무

까마득히 웅녀가 인간이 되던 전설보다 더 오래 숨을 쉬는 나무

모든 것을 알고도 침묵하며 기도하듯 살아가는 나무가 있다고 해도

순식간에 요리 그릇 비워가며 젓가락질하기 바쁘다

짜장면과 짬뽕이 다투듯이 나오자

다음 달 곗돈은 누가 탈것인지 뽑기를 하자고 한다

뜨거운 녹차도 마셨고 토요일 오후가 농익어 가자

누구는 머리 파마를 잘못해서 늙어 보인다 투덜거리고

누구는 운수가 안 좋아 내기 골프 망쳤다고 언성을 높인다

(중략)

허긴

짜장면을 먹든 팔보채를 먹든

서로의 눈은 바라보지 않고 목소리만 높이는 우리들에겐

5000년을 살고 있는 브리스톨 콘 파인 나무가

100년을 채 못사는 우리보다 위대할 리 없고

일 억 팔천 만 년동안 동굴을 비추이는 빛의 오로라가

그게 뭐 우리들에게 진지한 수다꺼리가 되랴(곗날 수다 일부)

저건 무슨 나무 사진이에요?

2년 전에 찍어온,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다는 강털 소나무인 브리스톨 콘 파인나무(학명 이가 잣나무)사진을 바라보며 곗날 맘껏 수다를 떨다 말고 무심코 누군가 묻는다.

놀래지 마세요.. 몇 년쯤 된 나무 같아요?

장장 4849년째 살고 있는 나무랍니다.(그러나 사진 속의 나무가 그 나무라는 것은 사실 확인할 수는 없다. 공원 측에서 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정확한 장소를 말해주지 않아 짐작으로 오래된 나무를 찍어왔을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4600-4700년은 되었으리라). "성경 속의 인물로서 969세까지 장수했던 무드셀라의 이름을 따서 이 나무들도 무드셀라라고 부른다고 해요" 하며 나는 진지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였지만 대화는 곧 다시 골프와 남편과 쇼핑 이야기로 돌아갔다.

5000년이라니. 정확히 말하면 2017년 기준으로 4849년이다. 그렇다면 단기 한반도의 역사보다 근 500년이나 일찍 싹을 틔웠다. 100년에 약 3센티미터씩 자란다고 하니 웅녀가 인간이 되던 그 시대에 겨우 약 15센티미터의 묘목이었을 이 나무가 정말 신비롭지 않는가? 몇 년의 가뭄에도 뒷마당의 나무들이 죽어버려 애꿎은 나무 몇 그루 갖다 버리기도 했는데 모진 기후 다 견뎌내고5000년을 살아가고 있는 브리스톨 콘 파인 나무, 그리고 본 적은 없지만 스웨덴에서 발견하였다는, 거의 만 년째 살고 있다는 가문비 나무등을 생각하면 이런 나무들은 거의 신(神)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을까? 신목(神木)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은 배낭 메고 여기 저기 자연을 찾아 잘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그것만이 매일 매일의 똑같은 지루한 삶에서 숨통을 뚫는 유일한 방법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5000년을 살고 있는 나무가 바로 캘리포니아에 있다는데 안 가 볼리 없지 않는가?

Death Valley의 입구이며 영화 400편 이상을 찍었다는 바위 투성이인 론 파인(Lonepine)에 숙소를 정하고 그 나무를 찾아 해발 3000미터를 운전을 하고 올라갔다.

길은 좁고 오후의 햇살은 운전을 방해하여 위험하기 이루 말할 수 없어 정말 포기라도 하고 싶을 무렵에야 도착지가 나타났다.

그곳은 울창한 숲 속도 아니고 메마른 땅에 돌과 바위가 사방에 널부러져 있는 돌산이었다. 그 척박한 산에 어떻게 그토록 오랜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지 도저히 가늠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최소한의 영양분을 섭취해가며 최대한의 인내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리라. 죽은 나무처럼 메마르고 뒤틀린 채 그들은 서 있었지만 분명히 나무들은 품위 있게 살아있었다. 건강하시던 엄마가 85세에 고혈압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자 축복을 받은 것 이라고 사람들은 위로를 하였다. 나이 먹어 지병이 있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것보다는 축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자식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설령 저 나무들처럼 뒤틀리고 메마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그냥 오래오래 살아만 계셔주시는 게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저 나무들이 엄마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이제는 무인(無人) 자동차가 생기고 비행사가 없어도 혼자서 잘 날라 다니는 드론이 개발되었다. 더구나 벌써 인간 수명이 100세 시대를 접어들었고 곧 이어 기계 문명이 인간의 문명을 따라잡는 특이점 순간이 지나면 어쩌면 인간은 영생 불멸의 꿈을 이룰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점점 더 신비로운 자연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물질 문명에 대한 대화가 압권이다. 허나 죽음과 삶, 과거와 미래까지도 온통 다 품은 듯한 저 나무처럼 우리에게도 자연의 신비로움이 존재하는 문명이 더욱 아름다울 것이다.(elkimsociety@gmail.com)


Hyundae News USA   (415)515-1163  hdnewsusa@gmail.com   P.O. Box 4161 Oakland CA 94614-4161
                                                                                                                           ©Hyundae News U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