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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


오랜 만에 고국을 방문하게되면 원래 목적 외에 또 하나 즐거움이 있다. 여인들을 만나는 것이다.

우선 반가운 여인들은 남편과 함께 미국을 방문했던 친구들의 와이프다. 그녀들은 이미 얼굴을 익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고 이런저런 추억거리를 공유하고 있어서 마치 십년지기라도 만나는 것 같은 설렘이 있다. 나는 그런게 참 편하고 좋다.

두번째 여인들은 아직까지 상면을 하지 못했던 친구들의 와이프다. 새로이 누구의 와이프라고 소개를 받고 인사를 나누게되면 친구의 인품과 잘 어우러진 한 여인을 보게 되는데 이런 순간이 무척 설레고 기다려지는 것이다. 새로운 인연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좀 더 친해지고자 노력하게 된다.

피차 나이가 70전후가 돼서 초면이니 처음에는 서로 내숭을 떨며 ‘간’을 보지만 금방 저 쪽의 넉넉한 발언에 어색한 분위기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다. 나는 또 이런 여유를 좋아한다.

여차해서 식사와 더불어 술이라도 한 순배 돌고나면 빗장이 조금씩 풀리기 마련인데 이쯤 되면 동창들하고의 인연이 바로 그녀들하고의 관계로 수직 상승한다.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랴.

나는 술기운이 퍼지기 시작하면 다변인 편이라 좀 어수선한데 나의 싱거운 농담에 웃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흥겹고 또 조금은 흐트러진 친구들 부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게다가 여인들과 통하는 화제, 이를테면 미술이나 음악이야기 등등이 떠오르면 바로 ‘유붕자원방래하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의 경지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요즈음은 우리 나이가 젊었을 때 같지 않아서 여성들의 ‘미모’를 따질 때가 아니니 수다로 나오는 내공이 서로를 즐겁게 하는 것이다.

흥이 한창 오를 때 나는 가끔 여인들과 친소를 가리지 않고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 오게되면 꼭 연락을 하라든가 그 쪽 집안에 무슨 경사가 있을 때면 또 꼭 서로 알려서 즐거움을 두배로 하자는 의미다.

이 번에도 예외일 수는 없어서 나는 손가락을 걸고 엄지로 봉인을 찍으며 몇몇 여인들과 약속을 했다. 이런 일련의 행위는 앞으로도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자는 의미도 포함한다.

그런데 이거 큰일났다. 아무리 취중이었다해도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누구와 무슨 약속을 그리 야무지게 손가락까지 걸어가면서까지 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현명할까. 까짓 취중에 웃자고 한 얘기니 잊어버렸다해도 크게 흉될거야 없을 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 - - - 약속을 벌써 잊었냐고 나무라신다면 나는 어떡하지? - - - - -

친구들이여!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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