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카스트라토


송화(오정혜)는 유봉(김명곤)과 함께 돌아다니며 소리를 하여 끼니를 이어가는 소리꾼이었다. 비록 떠돌이였지만 유봉은 소리에 관한한 일가견이 있어 송화에게 더 좋은 소리를 하라고 다그친다. 그러다가 욕심이 지나쳐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된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더 집중할 수 있을테니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송화를 그렇게 만들어 훈련시켜 보자. '소리'에 씌인 유봉은 드디어 송화에게 약을 먹여 눈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맹인이 된 송화의 소리가 더 좋아졌는지 어땠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가 미국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거의 완벽한 송화의 미모와 소리에 감탄하였고 흠집 없는 영화를 만든 임권택 감독의 안목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신과 의사인 닥터 정은 '치명적인 약점'을 발견하고 억지 구성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픽션이지만 미국 사람들에게는 그 스토리가 납득이 잘 안될 거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 약을 먹여 눈을 멀게 한다는 설정이 무리라는 것이다. 얼핏 듣기에 '예술을 위한 정진'과 '어린이 학대'라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개의 다른 이슈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 영화는 무리수를 두었다는 것이다. 듣고보니 그럴듯한 논리다. 내가 미처 착안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나는 여기서 어린이 학대라는 사회적 이슈를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눈을 멀게까지 해가면서 좋은 소리를 얻으려는 발상과 시도는 과연 바람직한 행위인가를 두고 고민하게 됐다. 예술이라는 미명하에 사람을 학대해도 좋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엊그제,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데이비스 심포니 홀에서 공연하는 헨델의 메시아 공연을 보고왔다.

(다음에 인용하는 부분은 작년 이맘때 메시아 공연을 보고나서 친구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발췌한 것이다.)

' - - - - -지난 주말에 헨델의 메시아 공연을 보고 왔다.

나는 원래 음악에 문외한이니까 별로 부끄러울 것도 없이 말한다. 헨델의 메시아에는 '할렐루야 합창' 밖에 아는 것이 없다. 아, 또 있다. 그 합창이 나올 때는 객석의 관객이 모두 일어서서 예를 표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예수의 일생을 노래하는 중에 '카운터 테너'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리 없었다. 공연을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무대 앞에 나란히 앉아있던 솔리스트 중에 구렛나루가 더부룩한 남자가 일어서더니 여자(?)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깜짝 놀랐다. 언젠가 들어본 음악용어 '카스트라토'가 바로 저 소리인가?

인터미션 중에 나는 허물 없는 친구에게 '카스트라토'와 '카운터 테너'에 대해서 물었다. 그는 친절하게도 카스트라토에 얽힌 슬픈 이야기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요즘 세상에 카스트라토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아까 그 남자는 가성으로 훈련된 목소리일 거라고 했다. 휴식이 끝나고 2부 순서부터는 자꾸 그 옛날에 거세 당하는 어느 이름 모를 소년이 떠올라서 음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언젠가 본 영화 '파리넬리'에서 '울게 하소서'란 노래를 들은 기억이 났다. 꼭 그렇게까지 해서 '소리'를 얻어내야만 했을까?- - - - - -'

(금년 공연에서는 카운터 테너가 안나오길래 궁금해 했더니 지휘자의 곡해석에 따라서 그런거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송화의 실명으로 얻어낸 소리와 소년의 거세로 얻어낸 카스트라토의 발생에 아동학대라는 공통점이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 나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서, 혹은 누군가를 찬양하기 위해서 어느 인간은 그렇게 희생돼도 좋다는 말인가. 그 '소리'를 들어서 어쩌겠다는 것이냐?

음악 이전에 좋은 소리를 얻기 위해서 눈을 멀게 하는 처사나 여자의 목소리를 얻기 위해서 거세도 서슴치 않았던 인간의 잔혹한 멘탈리티에 회의를 느낀다. 그 건 음악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묘한 아이러니는 이렇게 해서 '창조'된 예술의 세계를 보고 사람들은 즐긴다는 것이다.

'내로남불'이 여기도 적용된다면 웃긴다고 할건가?


Hyundae News USA   (415)515-1163  hdnewsusa@gmail.com   P.O. Box 4161 Oakland CA 94614-4161
                                                                                                                           ©Hyundae News U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