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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댕


엘에이에 있는 딸네 집을 오고 갈 때마다 지나치는 곳이 있다. '폴 게티 센터' 가 그 곳이다. 거기를 지나칠 때마다 한 번 가 봐야지 하면서도 번번이 그 기회를 놓지곤 했는데 이 번에는 큰 맘 먹고 시간을 냈다. 평일 오전 11시 쯤이면 한가할 것이다 해서 나는 여유롭게 운전대를 잡았다. 그러나 폴 게티 센터로 접근하니 벌써 차량이 밀리기 시작한다. 주차장 입구에는 곳곳에 주차 요원이 배치돼 있어 천천이 밀려드는 차들은 마치 목동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어린 양떼처럼 온순하다. 그들의 지시에 따라 주차를 하고 지상으로 올라오니 다시 놀라운 장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가한 시간일거라고 택한 평일 오전의 현장은 내 꼼수를 비웃듯이 '성업중'이었다. (미국 사람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에 놀랐다.) 인파에 휩쓸려 한참을 두리번 거리다가 관람이 시작됨직한 문을 향했다.

'어디서부터 관람을 시작하면 되는가요?'

'당신이 특별히 관심있어 하는 분야는 무엇입니까?' 나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순간 정신을 추수리고 엉겹결에 나온 대답이 '르네상스요' 그랬더니 저 쪽 유리문 밖 다른 건물을 가리킨다. 나는 우선 그 건물로 들어섰다. 전시실 어둠에 눈이 적응하기까지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그 때였다. 나의 눈길을 끄는 작은 청동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어? 이게 뭐지?'

조각 옆에 붙어있는 명찰을 보니 'Mars and Venus(1580)'라고 한다. 만든 사람은 'Hans Mont'

젊은 남녀가 부둥켜 안고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인데 로댕의 'Le Baiser(1886)'하고 많이 닮았다.

나는 순간 로댕의 생몰연대가 궁금해졌다. 즉각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1840~1917년으로 나온다. 다시 말해서 한스 몬트라는 작가는 로댕보다 280년 가까이 앞선 사람이다. 여기서 나는 고질적인 의심병이 도졌다. 로댕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로댕은 그의 걸작 '키스'를 제작할 때 한스 몬트의 '마스 앤 비너스'를 보고 '표절'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시간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80년 전의 네델란드 지역의 작가 한스 몬트의 작품을 프랑스의 로댕이 본적이 있을까 없을까. 로댕의 천재성을 의심한다고 나무라지 말기 바란다. 내가 로댕을 그렇게 생각하기까지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로댕을 이야기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미유 클로델은 로댕의 생애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잠간 언급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기록에 의하면 스승과 제자로 만난 그들은 조각에 대한 영적인 교감을 통해서 스승과 제자라기 보다는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주는 작가대 작가로 급발전한다. 사람들에 따라서 말하는게 많이 다른데 혹자는 카미유 클로델이 로댕을 흉내냈다고 평가절하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혹자는 로댕이 그 녀의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느 말이 맞는지 모르지만 상황으로 볼 때 로댕이 카미유 클로델의 영감을 가로챘다고 믿는 편이다. 작품을 보면 그런 말을 들음직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스 몬트의 마스 앤 비너스를 보고 이런 의구심은 거의 확신으로 굳어버렸다. (나의 단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속으로 말했다. 로댕의 '키스'는 표절이닷!

작품 뿐 아니라 둘 사이의 연인관계에서도 로댕은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면모를 보인다.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로댕은 43세, 카미유 클로델은 19세 였다. ) 와이프(동거녀)와 카미유 클로델 사이에서 번민하던 로댕은 카미유 클로델을 버리고 와이프 쪽으로 돌아선다. 로댕에게 버림 받은 카미유 클로델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그 녀의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서 로댕의 무책임과 떳떳하지 못한 인품에 의심을 품게 되는 것이다.

예술가들의 작품을 표절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나처럼 아마추어가 그런 말을 함부로 한다면 세기의 천재 조각가를 모욕하는 말이 될 것이 틀림 없다.

로댕보다 280여년 앞선 플레미쉬(네델란드 지역)의 작가가 만든 청동조각이 로댕의 눈에 띄었을까. 당시 교류도 오늘날 같지 않은 상태에서 로댕이 한스 몬트의 마스 앤 비너스를 보았을 것이라는 확신은 없지만 그의 '베제(키스)'는 작품의 동기가 너무 닮았다.

나는 로댕을 존경한다. 그의 '띵커(생각하는 사나이)'는 정말 불후의 명작이다. 그 뿐 아니다. 나를 몇날 며칠을 어지럽게 한 '다나이드'같은 작품은 로댕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명작이다. 내가 의심한다고해서 로댕의 명성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로댕의 작품을 볼 때는 좀 더 진지하게 볼 것을 다짐한다.

사족: '다니이드'에 대한 나의 의문. 자료를 검색해 보면 대리석 조각 '다나이드'는 로댕의 작품인데 '명찰'을 자세히 보면 'Carved by Jean Escoula'라는 기록이 있다. 어떻게 봐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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