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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꿔 생각해 봐


며칠 전 서울에 있는 친구가 자기가 소장하고 있는 추사의 '불이선란도' 를 영상으로 보내왔다. 물론 카피지만 난을 친 것인데 내가 생각하는 난 그림하고 많이 다르다. 추사라면 워낙 유명한 사람이니 이 것도 무슨 뜻이 있는 거겠지. 나는 즉시 추사를 검색하여 그의 글씨와 난 작품을 들여다 보았다. 이 것 저 것 찾는 중에 추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읽게 되었다. '일독 이호색 삼음주' 추사의 첫번째 취미는 독서, 둘째는 섹스, 셋째는 음주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랬는지 부인이 그의 섹스관 때문에 마음을 졸인적이 있었던가 보았다.

앞에 긴 이야기가 있으나 생략하고 말미의 작은 에피소드 하나 인용한다. 훗날 제주 유배지에서 아내의 죽음을 나중에 알고 통곡했던 추사의 '도망시'이다.

중신 할매 내세워 명부에 소송을 해서라도 다음 생에서는 부부가 서로 바꿔 태어나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당신은 살아서 지금 내 이 슬픔을 당신이 알게 하리라.

서로 역할을 바꾸어 태어나자고 했다. 아내가 자신 때문에 속을 썩이고 고생했던 것 자신이 대신 하겠다는 것이다. 죽어 후회해야 무슨 소용 있으랴. 요샛 말로 누구든 있을 때 잘 해야한다. 지나가면 다시는 해 줄 수 없는 것이 인간사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 - - - 부부 금실이 애틋해 유배 중에도 추사는 부인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다. 마지막 보낸 편지는 죽은지 7일 뒤에 썼다고 한다. 이렇게 아내가 일찍 돌아갈 줄이야.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석야 신 웅순, 주간한국 문학신문에 2015년 12 23에 기고한 글 '추사와 죽향의 스캔들' 중에서 인용>

부인의 부음을 듣고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에 추사는 입장을 바꿔 다음 생에는 아내로 태어나 그녀가 겪은 고통을 대신 감당하겠다고 절규한다. 그런 마음은 아마 대부분 남편들에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것 같다. 그래서 술이라도 한 잔 걸치고 가라오케를 하게되면 '젖은 손이 애처러워 - - - -이 못난 나 때문에 - - - ' 라는 노래를 쥐어짜듯 불러 제끼기도 하는 것이다.

어느 날 나는 세상의 남편들을 울게한 작은 시 한 편을 읽게 된다.

<쑥국/최영철> -아내에게

참 염치 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에 딱 한 번 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 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 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을 안고 그래도 그래도 골목 저 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남편들이란 옛날이나 요즈음이나 비슷했던가 보다 이 시인도 꽤나 아내의 속을 썩였던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30여년 전에 태어난 추사나 오늘 날 최영철 시인이나 아내에 대한 고마음을 느끼고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 할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의 경지가 까마득하게 높아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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