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푸른 비


산뽕나무에 푸른 비

금광호수에 푸른 비

아침 먹고 봐도 비

옥수수 먹고 봐도 비

산빛은 종일 푸르고

굴속 여우도 굶는다

- 장석주

장석주 시인의 비(雨)처럼

앞이 안 보이도록 하루 종일 여기 저기 내리는 비가 나도 좋다.

빗물이 고여 문득 그 빗물에 나무 그림자나 하늘 구름 또는 가로등 불빛이

비추이는 걸 바라보거나 반영을 사진에 담는 것을 좋아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가끔 비를 만난다. 비를 만나면 가장 먼저 옷 속에 감추는 것이 카메라 이지만 내가 비 따위 맞는 것은 문제 될 것도 없다.

나처럼 장석주 시인은 비를 정말 좋아하는가 보다.

더구나 시인이 바라보는 비는 푸른 비다.

푸른 비가 있으랴마는 멀리 구름 안개에 가리운 산 등성이 보이고

시인의 가까운 곳에 있는 금광호수에 비가 내려 수면 가득 파문을 만들면

온 산 빛은 더욱 깊고 푸르러 진다.

(내게 대한 비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정말 뒤에서부터 비구름이 새카맣게 몰려오며 빗방울을 후려대기 시작하자

내쳐 달리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해 뜨거운 한 여름날 충주에 있는 강가에 서 있었다.

그때 나는 강에서 다슬기를 캐다가 급류에 떠 내려간 이웃집 아이를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때의 비는 무슨 색의 비였을까?..

나는 지금까지 비의 여러 색(色)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때론 지금 보여지는 자연의 색이 전혀 다른 색으로 보여진다면 그 느낌이 같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가령 나무를 흑색으로 혹은 구름을 초록색으로 하늘을 빨간색으로 만들었다던가 하였다면 지금 우리가 느끼고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전해질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푸르다는 것은 마음을 맑게 하고 깊게 한다.

시인이 말하는 푸른 비의 푸르름이 단지 청명보다는

외로움도 지나치면 극도의 아름다움이 되는 것처럼,

산 속 외딴 집에서 홀로(자의 반, 타의 반) 바라보는 집요한 빗줄기는

시인으로 하여금 인간 본연의 슬픔을 띤 '푸른 비'이었을 것이다.

시인의 생각이 굴 속 여우에게까지 이르면,

비 때문에 사냥을 못해 굶고 있을 여우까지 연상이 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시인의 마음 속에 푹 젖어든다.

푸른 바람, 푸른 사람, 푸른 사랑, 푸른 눈물...

그 푸른 빛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사뭇 신비롭다.

덥기만 하고 비도 안 내리는 요즈음은 정말 비가 몹시도 그립다. 푸른 비가 내려준다면 사진기를 들고 내가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아픈 장소이기도 한 포인트 레이스(Point Reyes)로 다시 가리라.


Hyundae News USA   (415)515-1163  hdnewsusa@gmail.com   P.O. Box 4161 Oakland CA 94614-4161
                                                                                                                           ©Hyundae News U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