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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도와 구도(?)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 - -'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으로 시작되는 정지용의 향수에 나오는 장면이다.

나도 어렸을 때 대나무로 활을 만들어 쏴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조잡한 활과 화살이었기에 함부로 쏘았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았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재미 있었다.

그리고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직장생활을 할 때 만난 거래처 하청공장 사장의 취미가 활쏘기였다. 그의 활은 양궁이었다.

공장 뒷 마당에 짚더미를 쌓아 놓고 위에다 과녁을 걸었는데 글쎄 - - - -거리가 얼마나 됐었을까.

나는 그 공장에 갈 때마다 일은 대충 해치우고 사장을 꼬드겨 양궁을 쏴 보자고 졸랐다.

아직 많이 보급이 되지 않았을 때라 좀 생소했지만 쏘는 맛이 그런대로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뜻대로 화살이 과녁에 맞지는 않았다.

미국으로 오면서 그와의 인연은 끊어졌고 함께 장난으로 놀던 양궁과도 이별을 고하게 된다.

또 수십년,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활에 대한 관심은 점점 희미해져 갔다.

그러나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법.

서울에 있는 동창들과 하는 단톡방 멤버들 중에 국궁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궁!

그 것은 내가 어렸을 때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스포츠였다.

동창 친구들이 활쏘기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내가 그들 무리에 끼어있는 것처럼 반가웠다.

그들을 통하여 나는 국궁의 많은 부분을 들어서 알게 되었다.

물론 미국에서는 국궁을 할 수 없지만 그들이 보내오는 사진과 동영상만으로도 나는 국궁의 맛을 조금이나마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볼수록 국궁이 녹녹치 않은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옛날 선조들이 왜 '궁도'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우선, 들은 바에 의하면 국궁을 처음 배우러가면 빈 활을 당기는 훈련만 6개월 이상 해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과녁 게임인 골프 레슨하고 많이 다르다.

선생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골프도 처음 배우는 학생에게는 한동안 공을 주지 않고 공스윙만 가르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6개월까지는 아니다.

초보자가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보니 무척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팔과 어깨의 근육이 단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두다리를 벌리고 섰는데 자세히 보니까 다리 힘이 없으면 정확한 발사가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도 150보 떨어져 있는 과녁을 맞힌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 것은 골프와 많이 닮았다.

아무튼- - - - 들여다 보면 볼수록 국궁이 만만치 않은 운동이라는 것이 점점 더 실감난다.

아니나 다를까 활을 쏘는 사람들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는 이유가 열가지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 많은 경험을 통하여 얻는 결과라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골프에도 공이 잘 맞지 않는 이유가 3백가지가 된다는 농담과 비교해 보면 고작 10가지 이유라는 것이 대수롭지 않게 보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불가필중10원실'은 그래서 나온 말일 것이다.

1)손에 익지 않은 활로는 적중할 수 없다

2)생소한 활로는 적중할 수 없다

3)활은 강한데 화살이 약하면 적중할 수 없다

4)활은 약한데 화살이 무거우면 적중할 수 없다

5)교만한 기와 뜻이 게으를 때 적중할 수 없다

6)심신이 흐리멍텅할 때 적중할 수 없다

7)많이 쏘아서 피로할 때 적중할 수 없다.

8)자기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못할 때 적중할 수 없다

9)이기려는 마음이 심할 때 적중할 수 없다

10)두렵고 나약한 마음이 들 때 적중할 수 없다.

(골프는 명중하지 못하는 이유가 3백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여기에 그 이유를 다 열거 할 수는 없다)

과녁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골프만한 과녁게임도 없지 않나 하는게 내 생각이다. 다 아다시피 골프는 18홀을 도는 동안 내내 과녁을 가지고 씨름을 하는 운동이다.

그 중에서도 퍼팅 부분은 국궁에서 말하는 열가지 이유 중에 일부와 아주 흡사한 것을 알 수 있다.

- - - - 겁을 먹으면 안 맞는다 (안들어간다)

- - - - 이기는 걸 심히 좋아하면(승부에 너무 집착하면) 안 맞는다( 안 들어간다)

- - - - 자기의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으면 안 맞는다 (안 들어간다)

- - - - 교만하고 뜻이 태만하면 안 맞는다(안 들어간다)

등등은 국궁에서 이야기 하는 충고를 골프에 원용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결국 과녁을 맞히기 위해서는 (홀에 공을 넣기 위해서는) 집중력을 풀지 말아야한다는 말이니 이는 곧 '도'와 통한다고 봐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해서 활쏘기를 '궁도'라고 일컫듯이 골프도 공을 가지고 하는 운동이니 '구도'라고 말한다면 웃긴다고 할 것인가.

하면 할수록 18홀 내내 한결 같이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절감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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