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세계를 지배하다


서양의 주식은 빵이고 동양의 주식은 밥이라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유럽은 밀이 생산에 필요한 기후와 토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밀을 원료로 하는 빵 기술이 발달했고 동양(한국)은 쌀의 생산에 적합한 환경과 토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쌀을 원료로 하는 밥 문화가 발달했다.

빵은 밀을 가루로 만들어 찌거나 구워서 만들기 때문에 남여노소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빵은 물기가 없고 건조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잇점도 있고 또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어느 곳에서든지 먹고 싶을 때 치즈나 훈제품 (소, 돼지고기 말린 것) 한 조각 언저 먹으면 훌륭한 한끼가 될 수 있다. 반면에 쌀 밥은 어머니의 오랜 경험과 요령으로 가족 수에 맞게 쌀과 물을 잘 조합하여 만들어야만 맛 있는 밥을 만들 수 있는 불편함이 있다.

또 밥은 서양 사람들 처럼 치즈나 고기 한 점으로 때우는 조합도 맞지 않는다. 밥은 김치나 찌게, 된장국 같은 짜고 걸죽한 국물이 있어야 식감도 좋고 먹는 맛도 난다. 한국 사람에게는 식사 시간이 아주 중요하다. 식사 때가 되면 멀리 갔던 아버지, 밖에서 정신 없이 뛰놀던 아이들도 식사 시간 만은 꼭 돌아와 밥상 앞에 앉아야 하고 식사는 아버지가 수저를 들고 “먹자” 하고 말씀하신 후 온 식구가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식사예법이다.

우리 한국 사람에게는 밥상머리 교훈은 어느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규범으로 상하 위계 질서가 분명하고 부모의 권위를 인정받는 시간이 된다.

아버지는 식사 때면 평소에 자녀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 때 어머니는 과학적 근거는 모르지만 음식의 영양가나 계절에 맞게 먹어야 될 식재료 등을 딸들에게 교육시킨다. 그러면 형제들은 어머니가 좋다는 산나물에 젓가락이 제빠르게 가면 누나는 맛 있는 나물을 어린 동생게 집어주는 우애도 보여준다.

옛날 우리 가정의 밥상은 가족의 우애와 사랑과 협동을 보여주는 행복의 보금자리였다. 그 뿐만아니라 옛날 시골 마을에서는 별다른 잡곡밥이나 쌀 떡같은 것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서 동네의 화목을 다지는 시간도 되었다.

그런데 서양의 빵이 동양의 산업화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의 주식인 밥을 물리치고 그 자리에 군림하게 되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밥이 최고라고 극찬하던 늙은이, 젊은이, 아이들까지도 빵이나 햄버거 맛에 도취되어 환장한다.

옛 어른들의 말씀처럼 세상에서 가장 간사한 것이 입맛이라고 빗대던 말이 요즘 새삼 생각난다.

빵은 소리 없이 쌀 밥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승자로 군림했으니 시세말로 표현하면 찬밥 신세가 된 셈이다.

역사적으로 말하면 유럽 (영국, 프랑스 중심 전쟁들) 각국들은 수백년 동안 크고 작은 전쟁을 수 없이 하였다. 그들이 오랫동안 많은 전쟁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무기는 활이나 총이 아니라 빵을 개발하여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럽의 빵 기술, 훈제품 기술은 세계 제일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빵은 건조하고 운반하기 쉽고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이점을 잘 이용하였기 때문에 밥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 민족을 공격하여 많은 식민지를 획득했다. 그 영향으로 동남아시아 많은 나라들도 빵 제조기술이 발달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812년 러시아와 프랑스 전쟁 시 러시아 군이 후퇴하면서 밀 밭을 불사르고 갔기 때문에 프랑스 군은 식량(빵)을 만들 수 없어 수십만명이 굶어 죽기도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있다.

서양인들은 빵으로 동양을 지배했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서양을 제압할 수 있겠는가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사회도 빵으로 인하여 많은 것이 변했다. 그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의 융합과 동질감 상실이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옛날처럼 밥을 먹으면서 온 가족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오늘도 옛 사람들이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은 큰 로망일까 망상일까.

*밀의 주산지- 소련 주변 우크라이나 지방, 미북 북동부지방, 아르젠티나 등 남미 지역에서 세계의 반을 수확한다. 기타 프랑스, 독일에서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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