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회관 풍경


미술가들은 그림을 그리기위해 구도를 잡는다. 사진작가들도 멋있는 사진을 찍기 위해 구도를 잘 잡아야 된다고 한다.

중학교 첫 영어시간에 boys and girls, be ambition! 이라는 말을 들었었다. 그때는 야망이고 구도고, 잘 모른 체 그냥 학교만 다니면 되는 줄 알았다.

똑똑한 사람들이야 어려서부터 야망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도를 잘 잡아 나가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우리 같은 범인들은 그냥 인생이 열리는 대로 살아온 것 같다.

그리고 인생이 이끄는 대로 여기까지 왔다.

이제 황혼에 이르러 혼자가 된 나는 허허로움을 달래기 위하여 남은 인생의 길동무들이 어디에 있나 두리번거리다가 노인회관까지 오게 됐다.

비슷한 나이 또래들이 비슷하게 된 오늘날 노래도 같이하고 ,기타도 같이하고 ,피아노도 가르쳐주고 배우며, 건강하게 살려고 운동도 같이한다.

같은 언어를 쓰는 우리끼리, 같은 정서로 ,어디 가서도 먹을 수 없는 착한 값의 집 밥 같은 밥을 먹으며 차도 마시고 서로 마음을 부비면서 쓸데없는 수다도 떨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노인 회관을 발견한 것은 내 인생의 황혼에 더 없는 위로가 된다.

상담가인 내 막내딸이 엄마 ”수다가 보약이에요 매일 매일 친구들과 수다 많이 떠세요“ 한다.

한 건물 안에 있는 우리 단체들은 특유한 우리 국민성 때문인지 하나가 되지 못하고 서로 티걱 태걱 하기도 하고 서로 대립 하기도 하다가 다시 화해하기도 하며 색이 다르고 모양이 다른 모자이크를 이룬다. 이념이 서로 다르지만 더 나은 것을 추구하기 위한 몸부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도 때가 되면 교체되고 바뀔 수밖에 없는 세대교체다.

그러니 큰 그림으로 보면 그리 깊이 심각하게 생각할 일도 아닌 것이 바뀔 때 마다 좀 더 개선될 요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귀신도 비껴갈 이 나이에 내 주장만 열 올리며 혈기부리고 살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러려니 맞추어 가며 살면 될 일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때까지 바람이 부는 대로 구름이 흘러가듯 그냥 숨 쉬고 있으면 언제 비가 왔냐? 식으로 말짱하게 맑게 게인 하늘이 된다.

우리의 만남이라는 것이 만났다 흩어지는 구름들처럼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도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도 있다.

죽을 일만 아니면 이대로 흥 저대로 흥 하며 살면 될 나이이다.

요즈음은 회관 아래층 거울이 달린 넓은 홀에서 하는 요가 반, 라인 댄스 반, 스포츠 댄스 반도 기웃 거리며 들락거리지 마는 기타 반 과 합창 반에 꼿쳐서 열심히 노래도 하고 봉사도 하고 있는데 내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이 있이 사는 것 같다.

노래를 좋아하는 나는 나와 같은 색깔의 남녀 친구들이 하나 가득 모여 명곡서부터 가요까지 목청껏 부르고 신나게 기타도 배우니 모든 시름이 물러가고 그 시간은 보약 몇 첩 먹는 것처럼 세라토닌이 온 몸을 돌아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걸 느낀다.

일 년에 한번 하는 건강 검진을 할 때 의사가 호흡을 많이 쓰는 악기를 해보라고 권하기에 합창은 어떠냐고 물으니 호흡을 많이 쓰므로 내장운동이 강화돼서 건강에 아주 좋다는 것이다. 즐거워서 좋고 호흡 운동해서 좋고 친구 만나서 좋고 봉사해서 좋다.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 사조다. 이 황혼에 심각하게 살 일이 있나? 다 털어 버리고 즐겁고 단순하게 살고 싶다.

요즈음 유행하는 노래 ”너 늙어 봤냐? 나젊어 봤다 에서 컴퓨터도 배우고 ....도 배워서..“처럼 기타도 배우고 노래도 부르며 쥐꼬리만큼 남은 인생 행복하게 살란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있는 노 철학자 김형석 교수와 소설가 손소희씨, 박완서씨가 그들 인생중 65세부터 75세 사이가 가장 행복한 나이였다고 고백 한 것처럼 지금 그 나이쯤에 있는 나도 근심 걱정 욕심 이 가장 적은,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중 인 것 같다.

이제 모든 의무의 일선에서 물러난 지금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있지도 않는 산 넘어 행복을 찾아 헤 메일 것이 아니라 무료함을 달래기 딱 좋은 양지바른 언덕 같은 이 숨터 에서 아주 수수하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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