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대한 작은 생각


'부활' 하면 떠오르는 그림은 예수의 무덤이다. 무덤에서 살아나셨기에 그 의미는 크기를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덤의 의미, 즉 다시 말해서 죽은 다음에 시신을 묻어 처리하는 인생의 종착역이라는 인식은 예수에 와서 다시 살아날 수도 있는 부활의 의미까지도 포함하게 됐다. 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일어날 수도 있는 곳이 무덤이라는 말이다.

일본 여행 중에 나는 특이한 무덤을 하나 볼 수 있었다.

필총(筆塚), 즉 붓의 무덤이라고 했다. 어느 신사의 뒷동산에 비석이 하나 우뚝 서있는데 필총이라는 한자가 음각돼 있었다.

이게 뭐지? 붓 무덤이라고?

가까이 접근하여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실제로 비석 앞에는 다 쓰고 버린 붓이 서너자루 상석(?)위에 놓여있었다.

옛날에 아주 잠간 붓글씨를 사사 받은 경험이 있어서 호기심이 일었다. 붓의 무덤이라는데 아직까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석에 모셔져 있는 붓자루를 보며 상상력을 발휘하여 대강 그 스토리를 짐작해 본다.

다 쓰고 난 붓을 묻었다는 말이니 - - - - -

허긴 애착을 가지고 사랑하던 붓을 함부로 버린다는 것을 선듯 내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비록 낡고 흐트러져 중봉이 모이지 않는 붓이라해도 그간 체온을 나누던 붓이라면 어느 애장물보다도 마음이 쓰일 터다. 그러니 함부로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더 이상 쓸 수 없는 붓이 몇자루 있지만 그걸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에 붓을 사랑하던 사람들이 무덤을 만들어 아직까지 사랑하던 붓과의 이별을 고하는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됐다.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셈이다.

나는 그 비석 앞에서 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묻혀있는 붓들을 생각하며 묵념을 했다.

그 순간 앞에 말한 예수의 부활 사건이 있었던 무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저 묻힌 붓들도 살아날 수 있을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는 그 것도 가능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즉, '붓의 의미'는 얼마든지 부활이 가능하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언론의 힘을 '붓의 힘' 이라는 말로 표현해오지 않았던가. 이에 곧바로 따라오는 말이 '정론직필(正論直筆)'이다.

바른 말을 하는 언론에 거는 기대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언론답지 못한 언론을 많이 보아왔다. 제 4부로 불리던 언론의 비중이 일부 편향된 보도로 조롱거리로 전락하거나 지탄의 대상이 된 경우도 많았다.

그런 언론(붓)은 무덤에 매장한 후 영원히 부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반면에 핍박 받던 언론(붓)이 타의에 의해서 살해되어 묻혀버렸다면 의당 '부활'해야 마땅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매장시킨 언론은 이제 제 스스로 무덤을 팔 때가 되었다.

필총을 보면서 부패한 언론을 생각함은 지나친 비약인가?

유혹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언론을 보면서 답답해서 해 본 말이다.

PS: 나중에 알고보니 일본에는 필총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무덤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식칼 무덤, 바늘 무덤, 등등이 그런 것이다. 보지는 못했지만 바늘 무덤이라면 조선의 '조침문(弔針文)'하고도 일맥 상통하는 것 같다.

PS: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귀무덤(耳塚)'이다.

' - - - 사람의 '귀'를 묻은 무덤을 뜻하나,- - - 귀 뿐만 아니라 목대신 베어갔던 코를 묻은 무덤이다. - - - 조선군과 민중을 죽이고 코를 베어 일본으로 가져갔다.- - - - 조선인 12만 6천명 분의 코가 묻혀있다. 본래 이름은 코무덤이었으나 귀무덤으로 바뀌었다. (나무위키에서 인용 요약)

PS: 한국에도 '퇴필총'이 있다고 한다. 필보 원양희 선생은 자신의 선산에서 퇴필총 행사를 열었다. 충북일보 (2014년 11월 12일 최준호 기자 참조)

그리고 보니 이 세상에는 묻혀서 잊혀져 가는 무덤도 있지만 다시 살아나야할 무덤도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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