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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언님의 글을 읽고서


<기 고>

나는 지난 주 “좋은 나무 문학회” 모임에 갔다가 윤석언님이 쓴 책을 구입했다. 윤석언 님은 1991년 23세의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해 장장 27년이란 긴 세월을 전신마비 장애인으로 지내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꼼짝할 수 없는 내게 오셔서”라는 신앙간증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환자들에겐 희망과 용기를 , 정상적인 사람들에겐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성찰과 감동의 시간을 주고 있다. 그가 쓰는 글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손놀림으로 쓰는 글이 아니다. 그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특수 의료 안경을 쓰고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입력해야 하는 고된 작업을 해야 만 글을 쓸 수 있다. 그렇게 한 글자 한 글자 쓰여진 글들은 진주 알 처럼 내 가슴에 박혀서 그 빛을 영롱하게 발 하고 있다.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의 일들이 떠 올랐다.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아내는 매주 물리 치료사를 찾아 진료를 받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엄청난 진료비만 낭비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안쓰럽기도 한 (사실 돈도 아까웠다) 나는 내가 마사지를 배워서 아내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에머리빌(Emeryville)에 위치한 영성 물리치료 마사지 스쿨( (National Holistic Institute Professional Massage Therapist School)에 등록을 하곤 1년 반 만에 760시간이란 , 결코 쉽지 않는 과정을 거쳐 건강 상담 및 마사지 교육사( Health Educator)란 명칭의 학위와 면허를 받고 졸업을 했다. 그 때 졸업 마지막 코스로 인턴쉽을 이수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에 위치한 성 루가 종합병원에서 2개월간 근무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중환자 실에서 보낸 2개월은 나에겐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그곳에 한국인도 한 명 있었는데 샌프란시스코 어느 한정식 식당 주인 P씨였다. 그는 지나는 트럭 오른쪽 사이드 거울에 머리를 받쳐 전신마비가 되었다. 그런데 그의 아내는 가끔 씩 찾아오지만 (물론 바빠서 이겠지만) 그의 어머니는 매일같이 아들을 찾아왔다. 또 어떤 백인 남성은 겨우 24살의 나이에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뇌성 마비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의 노모는 24시간 아들 곁을 지키며 함께 생활하고 있었고 병원 측에서는 그런 노모를 위해 소일거리로 병원 뒤편에 작은 텃밭을 마련해 주었다. 그곳에서 손수 키운 오이와 호박들은 아들을 돌보아 주는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나눠주곤 했다. 그 때 나에게도 호박 하나를 건네며 내 손을 만져주시던 노모의 가늘지만 강한 손의 움직임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언젠가 아들이 꼭 깨어 날것만 같은 희망을 잡고 있는 노모의 삶은 분명 살기 위한 투쟁의 삶이었을 것이다.

그 때 나는 한창 골프에 미쳐있었다. 일주일에 2-3번씩 아침 골프를 쳤고 점수가 안 나올 때면 내 탓이 아니라 골프채 탓을 하며 골프공 대신 스트레스를 잔뜩 주워담아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 내가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고 골프 점수에 연연하며 살고 있던 내게 병원 인턴 생활은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 이후 나는 10여 년이 넘도록 골프를 치지 않았다. 골프가 싫어서가 아니라 지금 병중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그렇게라도 나를 감내하며 함께 하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다시 20여 년 후 나는 위암으로 위의 4분의 3을 절제 해야 했고 몸무게를 40파운드나 잃었다. 병상에 누워있을 때는 그저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지금은 수술전의 내 멋진 모습이 그립고 아쉽다며 잃어버린 40파운드를 다시 채우기 위해 소화도 안 되는 음식들을 작은 위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 나를 보며 당시 병상에서 쓴 시 한편을 읽어본다.

새 삶

내가 나를 본다

벌거벗은 나를 본다

배 양쪽에 꽂혀있는 두 개의 호스

내가 나를 다시 본다

공기가

참 달다.

병을 극복하고 일어난 나는 그 동안 내 곁에 늘 있어온 모든 것들이 그토록 고귀한 선물인지 느끼질 못했었다. 공기도 물 한 방울도. 아침에 창문을 열면 커튼을 흔들어주는 작은 바람도, 그리곤 때론 귀찮기까지 했던 아내도, 아이들도, 친구들도, 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 모든 것들이 다 은총이었음을 알았다. 나는 윤석언님을 본 적은 없지만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그를 분명 친구라 부를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잃어버릴 뻔한 나의 자아를 다시 돌아보게 해 준 친구 윤석언, 그를 위해 기도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아픈 사람들 곁에서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이 하느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나길 기도한다. 2018 7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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