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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따스한 햇살이 사방에 가득하다. 하늘은 이제야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

그래서인가 벚꽃도 만발했고 엊그제 산책길에 보니까 나무잎들의 새순도 움트기 시작했다.

매년 이맘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계절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언제일까 싶던 봄이 성큼 다가왔다.

금년 겨울은 젖었었다.

젖음은 (빗)물로 기인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 비는 과학적으로 말한다면 태평양 적도 부근에서 증발한 수분이 바람을 타고 여기까지 온 것일 터다.

말하자면 바닷물인 셈이다.

비가 오는 동안 흐린 하늘 아래 마음은 울적하고 쓸쓸했다. 비는 왜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가.

구름은 왜 짓궂게 우리를 위협했는가.

지난 겨울 나는 여러번 벽난로에 불을 댕기고 한참 동안 그 불길을 바라보곤 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바다만큼, 아니 바다보다 더 큰 슬픔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빗물은 슬픔에서 증발한 눈물, 눈물인 것임에 틀림 없다. 그래서 눈물은 짜다.

금년 겨울은 춥고 음산한 가운데 눈물이 온통 주위를 적셨다.

그 눈물은 북쪽으로 가면 눈(雪)으로 변한다. 눈은 비가 쌓인 것이다.

눈은 순수한 눈물이 찬란한 광채를 내며 산화한 모습이다.

아들 녀석이 손주들을 데리고 눈구경을 갔다왔다. 북쪽에는 눈이 무척 많이 쌓였다고 했다.

금년 여름에는 저 북쪽의 시에라 산맥에 쌓인 눈이 마치 촛농처럼 천천히 자신의 몸을 녹이며 물로 변한 지체를 강으로 흘려 보낼 것이다.

강은 고향을 찾아나선 길손처럼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때로는 완보로, 때로는 잰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할 것이다.

눈물이 변하여 이룬 강물은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으면서 묵묵히 자신의 갈 길을 가겠지.

생명을 잉태시키고 목마른 나무의 갈증을 어루 만지며 따스한 자양분을 돌려 주기도 하겠지.

그러는 과정 중에 그들은 옛날 친구도 만나고 헤어졌던 혈육도 만날 수 있겠지.

어깨동무하고 재잘대며 학교에 가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고 도란도란 미래를 설계하는 젊은이들도 보이고 세월을 초월한 노부부의 느린 산책도 보인다.

다시 말해서 강물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그렇다. 강물엔 인생의 모습이 떠내려가고 있다.

잠간 숨을 고르고 아직까지 흘러온 지난 날 내 강물의 발자취를 되돌아 본다.

오! 꽤 많은 굴곡이 있었네.

햇빛을 반사하는 물결처럼 반짝이는 순간도 있었고 급한 계곡을 휘돌아 가며 소용돌이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이제 뭐가 좀 보이는듯하다. 지난 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도 희미하게 보인다.

정기 체컵으로 일년에 두세번 만나는 의사와의 면담을 끝내고 왔다. 세월이 그만큼 훌쩍 흘러 갔다는 증거다.

강물의 흐름은 시간과 보조를 맞춘다.

그러고 보니까 시간과 강물이 어깨동무한 모습이다.

촛농처럼 녹아내린 눈물은 슬픔으로 머물지 않고 흘러 가면서 저들의 고향인 바다에 다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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