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4월의꽃  데이지


몇주째 날씨 탓인지 몸이 찌뿌듯 하고 늘 피로가 풀리질 않아 좀처럼 가기 싫어하는 병원을 큰 맘먹고 거의 10년만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았다.

그리곤 며칠후 검진결과를 알리는 Dr.조의 진단은 불행하게도 오지 말아야할 성인병이 고루고루 다 찾아왔단다. 고혈압.당뇨. 콜래스테롤.골다공증…

일단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내 온몸에 비상 싸인이 왔다며 이제부터 구석구석 암검진을 시작해야겠다며 4장의 암쎈타에 가는 접수장을 건네받았다.

아…이제 올것이 왔구나..그저 머리가 멍 한채 돌아나와 축 늘어진 어깨로 한없이 거리를 걸었다.

며칠간 내린 비 때문인지 눈앞에 보이는 세상은 온천지가 봄빛으로 물들어 있다.

이름모를 들꽃들이 알록달록 제모습을 발하고 키큰 고목의 매화 꽃잎이 흐트러져 땅위을 덮으며

어느새 봄은 내곁을 찾아와있건만 삶의 수레바퀴에 얽매어 이 봄을 또 놓칠뻔했다

어린딸둘 을 데리고 낯설고 물설은 이곳 미국땅에 온지 엊그제 같은데 어린딸은 어느새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내겐 할머니라는 직함(?)까지 안겨주었으니 시간도 많이 흘렀다.

다행히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낙천적인 성격과 재능이 있기에 항상 주변엔 사람이 많았고 늘 분주히 지내면서 나름 멋진 삶이라 자부했지만 돌아보니 내 건강관리에는 많이 소홀했다.

바쁘다는 핑게로 끼니는 허구헌날 건너뛰고 허기가 느껴지면 허겁지겁 소나기 끼니로 하루를 넘긴지 수십년, 누구를 원망하랴… 중얼중얼거리며 걷다보니 길 옆 화단에 활짝핀 데이지꽃이 만개해 있다.

데이지는 4월의 꽃이고 내생일도 4월이 아니던가! 너무 반가워 그 앞에 주저앉아 그네들과 인사를 하니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이 내 생일을 축하하는 축하송의 하모니가 들려오는 듯하다

천진난만하고 조그마한 모습들이 자칫 향기 짙고 얼굴 큰 다른 꽃들에 가리워질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데이지 만큼 사랑스런 꽃도 드물다

그래서 꽃말도 “겸손한 아름다움”이란다

개인적으로 들꽃을 좋아하는 난 봄이면 늘 데이지와 들꽃을 맘껏 식탁위에 올려놓곤 한다.

내친김에 가까운 꽃시장에 들러 흰 데이지와 노오란 튜립 몇다발을 사와 매장에 수북히 꽂아 놓았더니 캠퍼스에 한폭의 수채화를 담아놓은 듯하다. 이토록 수줍은듯한 매력의 데이지 꽃의 전설 또한 재미나다. 그리스 신화에 수풀의 요정 배리디스가 다시 태어난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애인과 같이 놀고있던 배리디스가 과수원의 신에게 발견되자 데이지로 모습을 바꾸고 말았단다

수많은 꽃을 두고 굳이 데이지로 모습을 바꾼 것으로 보면 아마도 배리디스는 천진난만하고 겸손함을 가진 요정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러한 이야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데이지는 의외로 남성들에게 사랑을 받는 꽃이다

세상의 남성들이 톡톡튀는 미인에게만 마음을 빼앗긴다고 생각하면 커다란 착각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는 듯이… 그래서인지 데이지 꽃은 소박한 아름다음으로 주변을 편안하게 해주고 곳곳에 피어있는 데이지를 보노라면 왠지 모를 따뜻함을 전해준다.

오늘은 길을 걷다 길모퉁이에서 만난 4월의 데이지 꽃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나 자신은 물론 건강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나의 지난 시간을 막연히 자책하고 상실감에 빠질려할 때

우연히 만난 데이지…그 소박하고 겸손함에 나도 모르게 그들의 모습을 닮고 싶어진다.

약한 자를 짖누르고 강한 자에게는 비굴하리만치 약해지는 현사회이지만 어느 한켠에선 병든자, 노약자에게 봉사하는 천사 이웃들이 지금 이 시간도 소리없이 빛을 발하고 있듯이….

데이지….너의 그 수줍고 겸손함을 간직하고파 몇송이 꺽어 책갈피 속에 끼워 놓아야겠다.

그리고 먼훗날 누군가 내생에 좋은 인연의 누구에게 엽서를 띄울 때 수줍고 겸손한 데이지…

너…를 내 맘과 함께 전하고 싶다. 또 다른4월에…..

Sharon floral.com 제공: 샤론꽃집(408)316-6916


Hyundae News USA   (415)515-1163  hdnewsusa@gmail.com   P.O. Box 4161 Oakland CA 94614-4161
                                                                                                                           ©Hyundae News U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