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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Labyrinth)


아침운동으로 나서는 산책은 아직 어둠이 풀리지 않은 시각에 시작된다. 어느 누구의 호흡에도 드나들지 않았을 것 같은 서늘한 공기를 마시는 운동길은 상쾌하다. 얕은 언덕을 오르면 구불구불 산불 진압용 소방도로가 평탄하게 이어진다. 곧 이어 언덕의 7부 능선쯤에 나 있는 오솔길 진입로로 들어서면 우거진 수풀이 의장대가 사열하듯 양 옆으로 나란히 서있다.

나는 그 나무들의 의전을 받으며 숲속으로 스며든다. 미동도 없이 가라앉아 있던 묵직한 공기를 헤치며 나는 새로운 길의 개척자가 된 것 같은 거만함으로 산등성이를 정복한다. 30분쯤 걷다보면 평탄하던 길이 언덕으로 변하면서 숨을 재촉한다. 경사로 이어지는 길은 지그재그로 변한다. 급한 경사를 오르기 편하게 낮은 경사로 만든 것이다. 조금만 더 가면 두번째 정상에 조성된 '미궁'에 도달한다. 양 옆으로 큼직한 오크 나무가 호위하듯 서있는데 그 사이에 미궁이 있는 것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를 만나는 마음은 결코 작지 않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크레타 섬에 존재했던 미케네 문명이 나온다. 앞에 복잡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 - - - 미노스 왕의 아내 파시파에 왕비가 황소와 통정을 해서 생산을 했는데 인간의 몸에 소의 머리를 가진 기괴한 형상을 한 괴물이 태어났다. 이름하여 '미노타우로스' 왕비의 몸에서 태어난 괴물은 차마 죽일 수는 없다 해서 다이달로스가 설계한 '미궁'에 가두기로 한다. 그 곳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복잡한 구조로 돼있다. 미궁에 같힌 미노타우로스에게는 매년 12명의 아이들을 제물로 넣어 주었다. 아테네의 '테세우스'가 괴물을 제압하러 왔을 때 테세우스와 사랑에 빠진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가 미궁을 탈출하는 지혜를 낸다. 미궁으로 들어갈 때 실타래를 풀면서 들어갔다가 다시 그 실타래를 따라 나오라는 것이었다. 미노타우로스를 척결한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의 조언대로 실타래를 거슬러 미궁을 탈출할 수 있었다.

우리 동네 미궁은 물론 다이달로스가 설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여기에 설 때마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어내는 아리아드네의 지혜를 생각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생의 모습이 어느 것 하나 미궁이 아닌 것이 없지 싶다. 밤새 어둠에 잠겼던 세상은 길이 보이지 않는 '미궁'이다 그 안에 미노타우로스는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듣자하니 요즘 한국 사회가 돌아가고 있는 사태가 심상치 않다. 나는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서로들 주고 받는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내 아둔한 머리로는 해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킨게임'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누구는 다시 천년 전의 삼국시대로 돌아가는게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말이 나오겠는가. 내가 볼 때는 5.18 문제도 어느 한 쪽이 물러서지 않는한 해법이 없고 북한의 핵문제도 답이 없다. 김정은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미국이 호락호락 물러설 것 같지도 않다. 문재인의 중재자 역할도 현재로서는 유효기간이 지난 약처럼 약발이 통하지 않을 것이다. 남한의 지역 감정 해소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양상은 마치 제어장치 없이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 같다. 얽힌 실타래 같은 난맥상은 '고르디우스'의 매듭만큼이나 복잡하다. 신화의 세계에도 그런 복잡한 문제가 존재했던가 보다. 그러므로 나름대로 해결의 방법을 제시했는지도 모르겠다. 미노타우로스를 대항하기 위해 지하 동굴로 들어가는 테세우스에게 아리아드네의 지혜가 있었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알렉산더 대왕의 검으로 단번에 해결 되었다. 이는 정녕 신화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전설인가.

아침 산책길이 끝날 때 쯤 동쪽 산 위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해가 떠오르기 전에는 먼저 하늘이 푸른색을 띄며 밝아온다 푸른색이 선명해지기 시작하면 나는 곧 뜨거운 태양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캄캄한 어둠에서부터 시작된 산책길이 태양 앞에 어둠 속에 가라앉았던 모습을 들어내기 시작하면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 지혜와 알렉산더 대왕의 검이 아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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