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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버릇


교회 도서실 책상 위에 몇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앞에는 Free라는 광고지에 '필요한 분은 가져가세요'라는 친절한 안내 문구와 함께.

'무슨 책이길래 - - - -'

나는 무슨 책이 있는가 들여다 보다가 한 권 집어들었다. 이규태의 '한국인의 버릇'이라는 책이다.

나는 이규태(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작고)의 책을 좋아한다. 한 때 그의 '한국인의 의식구조'라는 책에 푹- 빠졌던 적도 있었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내용과 물 흐르는듯한 문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것 같은 상쾌함을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 날 저녁에 '한국인의 버릇'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것은 한국인의 버릇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것일 뿐 아니라 바로 나에게 하는 아픈 충고로 받아들여졌다.

아직까지 아닌체 하면서 살아온 나날들을 통열히 반성하게 했다. 바로 나한테 내리는 준엄한 심판 같았다.

예를들어 '공짜 좋아하는 버릇- 덤'이란 글에 나오는 내용이다.

한국인들은 공짜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는 무턱대고 공짜를 좋아한다기보다 '덤'을 좋아한다는 부분에 촛점을 맞추었다.

그래서 덤의 종류도 눌러덤, 고봉덤, 잔짜덤에 이어 외동덤, 남매덤, 서방덤, 등등으로 정량 외에 추가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

요즈음은 (특히 미국에 사는 한국인에게는) 많이 없어진 버릇이지만 옛날 한국인들은 그러면서 살았다.

저자는 이런 형태의 습성을 '농경 사회의 정신적 유산'이라고 말하면서 '비(非)타산의 인정을 미덕시했다'라고 분석 한다.

따라서 '타산적, 경제적 노예가 아니었던 한국적 인간주의의 명쾌한 증명'이라고 상당히 우호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형태의 상습관은 오늘 날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뚜렷한 객관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가격 정찰제에 익숙해 있는 미국에 와 있는 한국인에게는 좀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있다.

우리가 생활하는 미국과 특히 대조되는 버릇을 지적한 '기다리지 못하는 버릇'에서는 한국인의 조급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열을 서서 기다리지 못하고 새치기를 하거나 질서를 문란케 하는 통성(通性)은 '결과주의의 열매'라고 지적한다.

나도 처음 미국에 와서 줄서는 질서에 익숙하지 않아서 갈등을 느낀 적이 있다. 기다리지 못하는 조급증 때문에 핀잔도 들었다.

미국인들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만약 어떤 한국 사람에게 아무 할 일 없이 한시간, 아니 30분만 한자리에 가만이 앉아 있으라고 하면 아마 발광을 하고 말 것이다.'라는 예언을 서슴치 않았다.

'중동에 한국 용역이 대거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한국인의 동작이나 작업이 제트기식 초스피드로 인식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한국인의 기다리지 못하는 버릇'을 자성하면서 '결과주의'에 매진하는 우리의 습성을 객관화하고 있다.

책 제목은 '한국인의 버릇'인데 부제는 '버리고 싶은 버릇'으로 돼 있다.

'공짜 좋아하는 버릇'과 '기다리지 못하는 버릇'은 미국에 살면서 변화된 우리의 인식에 반하는 시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니 많은 부분, 한국에서의 습성이 바래고 미국식으로 변한 부분도 있지만 아직도 내 마음 속에는 한국인으로 가지고 있는 버릇이나 생각이 어떤 면에서는 탈색되지 않았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미국에서 교육받고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자식들을 보고 있자면 어떤 때는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걸핏하면 한국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서는----'이라고 비교하는 말을 자주 쓴다.

한국인은 선진문물을 재빨리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잠재적 능력을 가진 민족이다.

원래부터 있어온 미풍양속은 잘 보존 발전시켜야겠지만 서구 사람들에게 핀잔의 빌미가 되는 '공짜 좋아하는 버릇'이나 '기다리지 못하는 버릇'은 하루 빨리 청산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런 것이 진짜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는 첩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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