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버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라


언제부턴지 확실치 않지만 주위에 있는 물건들 중에 쓸데 없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없는가를 둘러보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이런 버릇은 아마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남겨진 유품들을 정리하면서 더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한다.

언젠가도 말한 적이 있지만 어머니는 어려운 시절을 살아오신 분이라 무슨 물건이든지 함부로 버리질 못하셨다.

본인이 그러실 뿐만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뭐든지 함부로 버리면 죄를 받는다고 엄중 경고를 하실 정도였다.

그래서 원 베드룸 아파트는 사실은 별로 쓸모 없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구석구석에는 언젠가는 쓰여질지도 모르는 온갖 '중요한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다.

물건들이 차지한 공간때문에 생활하는 공간은 협소해질 수 밖에 없었다.

얼마 전에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인 '사사키 후미오'라는 청년이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쓴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했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이 썩 마음에 들었다. 요즈음 내가 실천하고 있는 생활과 많이 근접해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30대 중반의 청년이고 나는 70대 중반의 '중년'이라는 사실 뿐이다.

30대 청년이 70대 중년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그에게 놀라운 진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사진을 먼저 소개 하자면 - - - -

그는 어느 순간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변을 정리한 모습을 전, 후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겼다

버려야한다는 수많은 수식어보다는 한장의 사진이 시사하는 효과는 컸다.

나는 얼마 전에 성경책을 왕창 버렸다.

목사님을 비롯한 신실한 믿음을 가진 성도들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로서는 언젠가는 결단을 내려야할 사항이었다.

그렇다고 믿음을 말살하기 위한 '분서갱유'는 아니다.

사실 버리기를 시작했을 때 제일 어려운 물건은 책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죽으로 장정된 성경은 버리려고 내놨다가 다시 들이기를 여러번 반복한 책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사사키 후미오의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면서 그 것이 나의 가치이자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믿었다'라는 생각과 많이 일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모든 물건 하나하나에는 역사와 스토리가 담겨져 있었고 정말로 버리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어느정도 틀리는 말은 아니다.

우리는 이미 미국으로 올 때 식구마다 한질(성경과 찬송가)씩 성경을 챙겨가지고 왔다.

부모님이 우리와 합류할 때도 영등포 신길교회에서 선교 파송이라는 사명을 얹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름을 새겨 넣은 성경을 한질씩 증정 받았다.

그러나 지금 내 부모님은 모두 하늘 나라에 계신다. (장례할 때 함께 묻어드릴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약혼할 때, 결혼할 때도 성경책을 선물로 받았다. 안수집사로, 장로로 사명을 받았을 때도 성경책이 기념품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모인 성경책이 찬송가 포함해서 30여권이 넘었다.

내 좁은 서가에서 선반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난 성경은 '저 걸 다 어쩌지?' 하는 생각으로 답답해 하기를 여러 해 되풀이 했다.

그 중에는 세로로 쓰인 성경도 있고 가로로 쓰인 성경도 있다. 읽기 쉽도록 큰 글자로 인쇄된 성경도 있고 휴대하기 편하게 작은 제본으로 만든 성경도 있다.(물론 이 작은 성경은 돋보기 없으면 읽을 수도 없다.)

어떤 것은 깨알같은 작은 글씨로 풋트 노트가 달려있는 것도 있다.

어머니가 수집해 놓은 카토릭 교회에서 쓰는 성경도 있었다.

성경책 박물관을 방불케하는 수집은 그래도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보물처럼 수집하고 보관했던 것이다.

(사사코 후미오의 충고를 보자: 박물관을 지을게 아니라면 컬렉션은 버려라)

가끔 목사님이나 주위에 있는 성도들에게 처분에 대한 의견을 물은 적도 있었지만 그들의 대답은 애매모호하고 흐리멍텅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기껏 아이디어라고 내는 의견은 '그 거 어디다 기증하면 되지 않을까요.' 하는 정도였다.

사사키 후미오는 버리는 생활(미니멀리스트)을 시작하면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미니멀리스트는 물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소중한 것을 발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물건에서 시작된 미니멀리즘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었다고 고백한다.

우리는 사실 필요 이상으로 넘쳐나는 물건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있다.

'물건을 줄이는 일은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킨다.'

'정말로 중요한 것을 발견하기 위해 미니멀리즘이라는 도구가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그의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또 다른 한가지 버려야할 것에 대해 천착하게 되었다.

다름 아닌 사고의 경직성이다. 아직까지 내가 지켜왔던 기치관이 사실은 버리지 못하고 끌고 다닌 여러가지 잡다한 물건처럼 낡은 것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낡은 생각때문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면 내가 먼저 변화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이다.

물건을 버리면서 알게된 '생활의 지혜'는 역시 낡은 것을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현대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다.

자! 오늘은 또 무엇을 버릴까. 오늘은 그 빈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까.

내가 요즈음 되풀이하고있는 고민(?)이다.

참고: 물건을 줄인 후 찾아온 12가지 변화('나는 단순하게 살기로했다'에서 발췌한 도움말)

1)시간이 생긴다. 2)생활이 즐거워진다. 3)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 4)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5)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6)행동하는 사람이 된다. 7)집중력이 높아진다. 8)절약하고 환경을 생각한다. 9)건강하고 안전하다. 10)인간관계가 달라진다. 11)지금 이 순간을 즐긴다. 12)감사하는 삶을 산다.


Hyundae News USA   (415)515-1163  hdnewsusa@gmail.com   P.O. Box 4161 Oakland CA 94614-4161
                                                                                                                           ©Hyundae News USA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