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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이 절반


다 아는 얘기지만 - - - -

옛말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 이 것 저 것 따지고 계산하다 보면 결국 시작도 못하고 마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니 일단 시작을 하면 이미 그 절반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감하게 첫발을 내딛는 결단과 용기가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학생 때 나는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친구를 보면서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어떻게 하면 저걸 배울 수 있을까 - - - -

피아노를 어떻게 구하나. 어디가서 누구에게 주법을 배우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 만 바라보다 포기하고 말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성격이 너무 소심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한다. 왜 그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못했을까. '시작이 반'이라는데 나는 시작도 못해보고 말았으니 후회막급이다.

'90이 절반'이라는 말도 있다.

무슨 일을 진행함에 있어 끝마무리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오! 그것 참 - - - - 그럴듯하고 중요한 가르침이다.

고등학교때 체육 선생님은 체육은 안가르치고 그늘 아래 우리들을 앉혀 놓고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옛날에 나무를 아주 잘 타는 산신령(?)이 있었단다. 나무를 어찌나 잘 타는지 나무에 오르내리는 것을 마치 평지를 걷는 것과 같이 했다.

어느 날 한 소년이 산신령에게 나무 타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왔다.

'나무 타는 법을 배우겠다고? 그럼 어디 한 번 내 앞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 봐라.'

소년은 마치 다람쥐처럼 날쌔게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끝까지 올라간 소년은 다시 되짚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거의 다 내려왔다. 그 때였다.

산신령이 소리쳤다. '멈춰라!'

영문을 알지 못하는 소년은 동작을 멈추고는 어리둥절했다.

산신령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부터 땅을 디딜때까지 조심, 또 조심 하거라. 아직도 너는 다 내려온 것아 아니니라.'

소년은 산신령의 말을 되뇌이며 마지막 한 순간까지 침착하게 내려 오기를 마친 후 비로서 안전하게 땅을 디딜 수 있뎠다.

산신령이 소년에게 말했다.

'잘했다. 너는 더 이상 나에게서 배울 것이 없다. 너의 길을 가거라.'

나는 지난 주에 골프를 하면서 꿈의 싱글 점수 앞에서 무참히 무너져 버리는 경험을 했다.

15번 홀까지 넉점 오버. 나머지 3홀만 잘 마무리하면 무난히 꿈의 점수를 적어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아직까지 부드럽게 잘 되던 스윙이 16번 홀부터 갑자기 뒤틀리기 시작했다. 뒤틀린 스윙으로 맞은 공은 물 속에 빠졌다. 벌점을 받고 다시 친 공은 또 빠졌다. 건드리기만 해도 쏙쏙 들어가던 퍼팅이 홀 컵 앞에서 멈추거나 살짝살짝 비켜갔다. 끝나고 보니 12점으로 싱글 문턱을 넘지 못한 '패잔병'이 되었다.

집중력 결핍과 자만심 때문에 패배의 쓴 잔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였다.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옛말에 '구십이 절반'이라는 말이 있대'

'그 게 무슨 말이야?'

'백리길을 가는 사람이 구십리에 도달했을 때 나머지 10리를 50리처럼 마음가짐을 하라는 말이라고 하네(行百里者 半於九十).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이랍니다. 그럴 듯 하지?'

집에 와서도 아까 실수한 마지막 부분을 떠올리며 쓴 입맛을 다시다가 문득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됐다.

요즘 시쳇말로 '백세 시대'라는데 70중반의 내 나이를 한 50리쯤 왔다고 생각하고 긴장의 끈을 조여야할 때가 아닌가 하는데 생각이 미친 것이다. 

산신령의 '멈춰라'하는 호통을 들을 때가 됐다.

그렇다.

지금 나는 나무타기를 거의 다 마치고 몇 발작만 내려가면 땅을 디딜 지점에 와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다람쥐처럼 날쌔게 나무를 타던 솜씨를 멈추고 나머지 인생을 조심스럽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때다.

'구십이 절반'이라 - - - -

내 비록 90은 아니지만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온 나의 나머지 삶을 대략 50리 쯤 왔다고 생각하고 완주의 테이프를 끊는 날까지 긴장을 풀지 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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