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가을이 좋아


어느새 가을이 깊었다. 가을은 붉은색, 노란색, 울긋불긋 단풍잎이 만산에서 눈이부셔 황홀하다.

나는 가을이 좋다. 높푸른 가을하늘이 청명해서 좋고 옷깃으로 스며드는 바람이 상쾌해서 좋다.

한여름 무더위가 온누리에 흠뻑 쏟아놓은 햇볕을 받아 단맛을 익힌 열매들은 보는 것 만으로도 입안 가득 미각 감도는타액의 분비를 왕성하게 해준다.

가을의 풍성함은 우리에게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준다. 여유로운 마음은 나누고 베풀며 사랑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어 나는 가을이 좋다. 그래서 가을을 영어로 수확을 뜻하는 Harvest라고도 하는것 같다.

겨울은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봄은 우리를 나른하게 한다. 또한 여름은 우리를 피곤케 한다. 하지만 가을은 옷소매에느껴지는 삽상한 바람이 우리를 활력 있게 하고 생기를 돋우어 준다.

가을은 계절의 감각을 잊어버리고 늘 바삐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게 잃었던 감탄사를 되돌려주고 환희를 맛보게 한다.

가을단풍으로 물든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숲길을 걷노라면 우리들이 입고있는 옷은 물론 몸과 마음까지도 온통 아름답게 물들게 하는듯하여 더욱 좋은 것 같다.

문인이 아니라도 시 한 귀절이 나올법한 감성의 계절 가을.

우리가 떠나온 고국은 10월초가 되면 설악산을 시작으로 서울근교 도봉산이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중순이면 속리산, 지리산과 내장산이, 하순경이면 제주 한라산까지 짙은 붉은 물감을 쏟아부은듯 산야는 온통 단풍이 든다.

대륙성 기후인 고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분명하며, 계절따라 녹음 짙은 수종이 다양한 산천이 북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물드려지는 단풍 또한 아름다움이 극치를 이루워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정작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큰 이유는 역시 책 읽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고 해서 등불을 가까이 하여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배웠다. 청빈했던 옛 선비들은 ‘반딧불과 흰 눈으로 책을 가까이하여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안중근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무척이나 독서를 좋아했던 분인 것 같다.

옛 선현들은‘세상에 태어나 남자가 되면 다섯마차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며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고 권면하고 있다. 그리고는“독서백편의자통(讀書百遍義自通)”이라며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백번만 읽으면 스스로 뜻을 알게 된다.’고 용기를 주기도 했다.

굳이 옛 어른들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 가을에 책을 읽어야겠다. 비록 ‘조변석개’하듯, 의지가 박약하여 아침저녁 수시로 계획을 바꾼다 해도 아니하기보다는 나을 것 아닌가 하고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보리밥에 나물먹고 물 마신 후, 팔베개하고 누워 책을 읽는다면 그 속에 즐거움이 있다’는 말처럼 가히“반소사음수(飯蔬食飮水)”하고 “곡굉이독서(曲肱而讀書)”하면“낙역재중(樂亦在中)”이라고 노래했다하지 않는가.

읽고 싶은 책 몇권을 서가에서 뽑아 쌓아놓았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뿌듯하다.

독서삼매경에 취해 책 속에서 성현이라도 만나게 된다면 이 가을은 더 없이 큰 수확의 계절이 아니 될까? 벌써부터 기쁨이 절로 인다. 이래서 나는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 너는 가히 계절중의 으뜸이로다!

나 또한 ‘말띠’는 아니지만 ‘천고마비’의 이 좋은 계절에 몸과 마음에 살이 좀 오른다 한들 그 무슨 걱정이 되랴! 그대로 두어라. 매사가 즐겁고 감사하기만한 우리들 삶의 한 부분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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