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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특별 기고> 하와이 편지

인류 최초 세계일주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마젤란은 1520년 11월 거센 파도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었다. 대서양에서 인도로 가기 위해 남아메리카 대륙을 통과해야 했다. 간신히 남위 53도 근처에서 발견한 그 해협은 너비 3~32km, 길이 560km로 이곳을 통과하는데 무려 38일이 걸렸으며 춥고 안개 낀 날씨 속에 격랑과 싸워야 했다. 이렇게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음의 해협(오늘날 마젤란해협)을 빠져나오자, 물살이 잔잔한 평화로운 바다가 나왔다. 마젤란은 그 바다를 평화의 바다, 태평양(el Pacifico; the Pacific)이라고 이름지었다. 고요하고 평온한(tranquil) 상태를 뜻하는 라틴어 pacificus에서 나왔다. 이와 같이 태평양은 큰 바다라는 뜻이 아니라, 고요하고 평화로운 바다라는 뜻이다.

태평양은 5대양 중에서 가장 크다. 수심 또한 상상을 초월하여, 지상에서 가장 높은 8,848m의 에베레스트산을 넣고 그 위에 한라산을 올려 넣고도 남는, 수심 10,994m의 마리아나 해구(Mariana Trench)가 있다. 그러나 그냥 바다로만 생각하기 쉬운 태평양에 ‘사람’이 살고 있고 ‘문화’가 있다. 인종과 문화에 따라,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와 마이크로네시아로 구분되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하와이는 타히티(Tahiti)에서 살던 폴리네시안들이 마르케사스섬을 거쳐 수 천 킬로미터를 항해하여 정착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타히티는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이 1891~1893년 동안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최대걸작이라 자평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탄생시킨 곳이다. 고갱은 마르케사스 섬에서 생을 마쳤다.

이 망망대해에 사람이 살게 된 경로가 고고학과 인류학, 진화생물학 등의 연구와 유전자 분석기술에 의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현생인류 중 일부 무리가 중동과 아시아를 거쳐 태평양의 여러 섬에 널리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이 섬을 이동할 때는 별자리와 조류와 바람을 이용하고, 카누에 아웃리거(outrigger)를 장착하여 크기에 비해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러나 어떤 섬이 어디쯤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카누로 항해한다는 것은 모질도록 험한 여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폴리네시안들이 태평양을 항해하고, 마젤란이 세계 일주를 하고, 이보다 앞선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에 도착하고, 1778년 제임스 쿡이 하와이를 탐험하고,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1835년에 갈라파고스를 조사할 때에 한반도의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마르코폴로가 중국에 오고 벨테브레(박연)와 하멜이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에도, 우리의 시야는 중국과 일본, 북방 오랑캐를 넘지 못했고, 세상 너머를 이해하려거나 세상 밖으로 나가려는 생각은 국가적 이슈와 정책으로 성숙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강대국 앞에서 왜소한 몸집으로 겪어야 했던 민족적 수난과 질곡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역사적 교훈을 바로 새기고 있는가? 국민적 열정과 에너지가 제자리를 찾아 우리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길목에서 불타오르고 있는가? 우주와 과학기술 시대를 열어갈 최고의 두뇌를 모으고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혁명적 기획과 집중투자와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인간의 난치병을 정복할 바이오의학 분야나 전략산업 분야에 우리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

마젤란의 세계일주는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한 최초의 쾌거였지만 본인은 정작 필리핀 원주민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제임스 쿡은 태평양을 탐험하며 그 많은 섬들의 위치와 이름을 짓고 태평양 지도를 만들고 서양인 최초로 하와이를 발견했지만 자신은 이듬해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모험이란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위험성을 본질적으로 내재하고 있다. 그 모험과 도전 위에서 역사는 발전해왔다. 그러기에 모험과 벤처에 대한 가치와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찬란한 역사에서 행여라도 부족한 것을 찾아본다면, 바로 이러한 과감한 도전의식과 탐험정신이 아닐까?

결과가 시도를 거듭 외면할 때, 개인은 뛰어나나 단체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생각될 때, 너의 성공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겠냐는 회의가 들 때, 지친 심신을 덮어오는 나지막한 음성을 하나 듣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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