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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그 무거운 명제


(1)

서울에 있는 카톡방 친구가 기독교에 대한 영상을 보내왔다.

6분 정도의 분량인데 스토리는 짧지만 영상이 주는 감동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내용을 요약하면 - - - -

아버지와 아들과 딸 3명이 유타주의 어디 쯤에 있는 암벽을 오르고 있다.

90도 깎아지른 바위 틈새에 캠을 박은 후 로프를 걸고 암벽을 오르는 중에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그들 보다 앞서 오르던 초보자가 실수하는 바람에 뒤 따르던 가족 3명은 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리게 된 것이다.

맨 아래 매달려있는 아버지는 맨 위(앞)에 있는 딸에게 묻는다.

'지금 상태에서 (바위틈에) 캠을 박을 수 있겠는가?'

딸이 대답한다.

'해봤는데 손이 닿지 않아요.'

그러는 동안 박혀있던 캠이 세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빠져 버렸다.

그들은 또 한 번 곤두박질치면서 아래 캠에 걸릴 때까지 떨어진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 번에 걸려있는 캠도 그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삐질삐질 빠지려고 한다.

그 것마저 빠져버리면 의지할 데 없는 생명줄은 허공에 날리고 아버지, 아들, 그리고 딸은 추락사를 면치 못하게 된다.

순간 맨 아래 있는 아버지가 엄숙하게 아들을 부른다.

'아들아, 나이프를 가지고 있지'

'예'

'나이프로 줄을 끊어라.' 단호한 명령이다.

그러나 아들과 딸은 차마 그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버지를 떨어뜨리고(죽이고) 자기들만 살아 남는다는 가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아들과 딸은 몸부림치며 오열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의지는 그들을 매달고 있는 바위만큼이나 엄숙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재차 명령한다.

'어서 빨리 로프를 끊어라. 시간이 없다. 너의 누이동생마저 죽이려느냐?'

딸은 오열하고 아들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로프에 칼을 갖다 대고 단호한 한 획을 그었다.

영상은 아버지의 몸통이 땅바닥에 털버덕 나딩구는 장면으로 끝난다.

잠시 후 영상에는 하나님(예수)의 희생이 바로 이와 같다는 자막이 뜬다.

자신의 몸을 던져 아들과 딸의 생명을 구한 아버지의 마음이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여 십자가에 희생된 사건과 같다는 메시지다.

하나님의 사랑과 희생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상황극을 만들었는가본데 나는 콧등 시큰한 감동과 동시에 로프를 끊지 않을 수 없었던 아들의 입장으로 빙의되어 잠시 혼란에 빠졌다.

상황극으로서는 성공적이었는지 모르지만 로프를 끊은 아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어떤 해명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인간세상으로 돌아와서 아들의 입장에 천착하게 된다.

아들은 아버지를 희생(죽였다는)시켰다는 자책감을 어떻게 감당하며 나머지 인생을 살게 될 것인가.

딸도 그에 못지 않은 죄책감으로 오랜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

소피(메릴 스트립)는 폴란드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다.

소피의 아버지와 남편은 나치의 학살 정책에 끌려가 총살당했다.

이 후 소피의 애인이 레지스탕스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그녀는 아우슈비츠로 보내진다.

이 때 두 아이를 데리고 있던 소피에게 독일 장교가 접근한다.

그는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소피에게 아이들 중 한 명만 살려주겠다고 선심을 쓴다.

가스실로 보내야할 아이를 선택하라고 욱박지르는 독일 장교에게 소피는 '나로 선택하지 말게 해 주세요'라고 울부짖는다.

소피는 아들을 선택하고 딸은 개스실로 보내진다. 독일 병사에게 끌려가는 딸을 보며 소피는 오열한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간단히 '오열'이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전쟁이 끝난 후 스웨덴의 난민 수용소에서 소피는 자살을 시도한다.

장면은 다시 미국으로 바뀐다.

폴란드의 나치 수용소에서 딸을 개스실로 보내고 아들마저 잃어버린 상태에서 미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그 녀는 아들과 딸에 대한 죄책감으로 감정의 기복이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는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영화 'Sophie's Choice'의 대략 줄거리)

소피는 '돈 메이크 미 츄스'라고 외치지만, 아래 매달려 있는 아버지를 끊어내야했던 아들의 심정도 이에 못지 않게 괴로웠을 것이다.

딸을 개스실로 보내도록 선택을 강요받은 엄마의 마음과 아버지의 생명줄을 끊어야했던 아들의 선택은 너무나 무거운 명제였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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